“테트리스 대박 이유 내게도 미스터리”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8분


‘테트리스’ 개발 파지노프 방한

1억 4000만개 판매 신화

세계 최고시장 한국서 서비스 재개해 기뻐

‘정사각형 4개로 만든 7가지 모양의 블록을 순발력 있게 메워 없애기.’ 1985년 러시아의 한 컴퓨터공학도가 몹시 단순한 PC 게임을 하나 만들었다. ‘펜토미노’라는 오프라인 블록 맞추기 게임의 ‘변종’이었다. 당시 주위에선 “직접 손으로 블록을 만져야 재밌지”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 그 게임은 기네스북에 ‘수퍼마리오 카트’에 이어 역대 최고의 비디오게임 2위로 올라있다. 테트리스다.

‘더 테트리스 컴퍼니’의 설립자이자 최고의 게임디자이너인 알렉세이 파지노프 씨(54·사진)가 31일 한국을 처음 찾았다. 그는 테트리스를 만든 주인공이다. 테트리스는 1989년 미국과 일본 시장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히트했다. 모바일 부문까지 합쳐 지금까지 정식 라이선스판만 1억4000만 개가 팔렸다. 춤추는 러시아 병정과 구슬픈 러시아 민요를 바탕으로 한 8비트의 게임음악도 화제였다. 그는 “처음 프로그램을 만들 때부터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예감했지만 이렇게 세계적으로 대박이 날 줄은 정말 몰랐다.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했다.

한국에선 저작권 문제로 마찰을 빚었다. 200여 개 업체가 무단으로 테트리스를 서비스하자 ‘더 테트리스 컴퍼니’는 2006년 한국에서 아예 철수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NHN 한게임이 2년 만에 저작권 협상에 성공하면서 다시 한국에 상륙했다. 결과는 온라인에서 게임을 공개한 지 15시간 만에 이용자가 21만 명이 넘을 정도로 대박. 다들 ‘테트리스’를 애타게 기다렸던 것이다. 파지노프 씨는 “한국은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개척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특히 멀티플레이 게임에서는 선두로 꼽히는 한국에서 다시 서비스를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NHN이 밝힌 테트리스 이용자는 현재 약 500만 명. 관련 온라인 카페가 수십 개에 이르고 최근 ‘신화’의 신혜성 등 가수들이 테트리스를 주제로 한 음반까지 제작했다. 그는 “25년이 지난 디지털 시대에도 테트리스가 인기 있는 이유는 내게도 미스터리”라며 “아마도 추상적인 게임이라 오히려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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