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투기등급 中企회사채 1조 매입”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자금난 해소 목적… 1000억 투입 부실 中企 3, 4곳 인수키로

산업은행이 신용도가 투기등급인 ‘BB급’으로 나빠 자력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중소기업의 회사채 1조 원어치를 사들인다. 극심한 ‘돈맥경화’ 현상으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해결되지 않자 국책은행이 직접 돈을 풀기로 한 것이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은 4월 말부터 신용등급이 BB급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 지원 신청을 받아 총 1조 원 한도로 해당 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하기로 했다. 회사채는 신용도가 우량한 순서로 AAA부터 D까지 18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BBB 이상이면 투자적격, BB 이하면 투기등급이다. 이번에 산은은 BB급 회사채를 주로 인수하되 신용도가 약간 높은 BBB급도 함께 사들일 계획이다. 유동화 전문회사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산은이 인수한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을 발행하며 산은은 이 증권을 다시 매입한다.

산은의 회사채 매입은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의 경우 은행 대출이나 채권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실제 올 들어 채권시장에선 BBB급 회사채만 간혹 발행됐을 뿐 BB급 회사채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회사채 매입을 위해 5조 원 규모로 조성된 채권시장안정펀드도 신용도가 괜찮은 BBB급 이상 회사채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BB급 기업에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

산은은 또 이르면 이달 말 구조조정펀드 1000억 원을 투입해 부실이 심한 중소기업 3, 4곳을 인수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부실기업을 인수하되 기존 최고경영자(CEO)에게 계속 경영을 맡겨 3년쯤 뒤 기업 가치가 회복되면 성과급 명목으로 지분의 일부를 지급하고 나머지 지분은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구조다.

산은은 민간의 자금을 모아 구조조정펀드 규모를 1조 원 정도로 늘리면 100개 안팎의 부실기업을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미분양 아파트로 자금난이 심해진 건설사를 지원하기 위해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를 묶어 4300억 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CBO를 27일 발행키로 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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