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몰려 상승기류 탄 증권주… 먹구름 조심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증시가 5거래일 연속 상승해 시장에 연일 ‘봄바람’이 부는 가운데 증권 업종의 상승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종지수는 이달 초부터 25일까지 39.51% 상승해 거래소 업종지수 가운데 의료정밀업종(40.0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0.93% 오른 것과 비교해도 큰 폭의 상승이다.

증권주가 이달 들어 급등세를 보인 것은 최근 증시가 안정되면서 투자 심리가 조금씩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로 시중에 풍부해진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안정된 원-달러 환율도 증권주 상승에 한몫했다. 메리츠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환율 안정과 함께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현상도 완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위험한 자산이었던 증시로 자금이 유입될 분위기를 형성해 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중의 자금이 증시로 몰릴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 증권주를 매수하기에는 위험하다는 지적도 많다. 전문가들은 증권주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증권사 실적이 여전히 부진하고 단기 급등에 따라 주가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리츠증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의 2월 말 실적은 1월에 비해 더 나빠졌다. 삼성증권의 영업이익은 1월 408억 원에서 262억 원으로, 우리투자증권은 390억 원에서 218억 원으로 줄어드는 등 두 회사를 포함한 국내 6개 증권사의 2월 영업이익은 평균 58% 감소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박선호 연구원은 “유동성 팽창으로 증권주의 1차 상승기가 왔지만 증권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최근 상승세는 단기 변동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동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업종 전반이 올랐지만 여전히 머니마켓펀드(MMF)에 몰려 있는 124조 원의 자금이 언제 증시로 움직일지도 미지수다.

실적과 반대로 주가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당장 증권업종의 추격매수에 나서기보다는 하반기 실적 개선을 지켜보라는 의견이 많았다.

신영증권 박은준 연구원은 “현재 증권주는 기대심리 때문에 지나치게 주가가 비싸진 상태”라며 “냉철하게 판단해서 하반기 증권사의 실적이 개선된 뒤에 투자에 나서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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