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說’익은 車보조금 정책, 내수시장 판매만 위축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정치권과 정부 일각의 섣부른 자동차산업 지원책 논의가 오히려 소비자 혼란과 내수 판매 위축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자동차업계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에서 신차 구입 시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애기가 나온 것은 1월이다. 이어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이달 초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보조금 지급 여부와 시기 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 판매 현장에선 계약 취소나 구입을 연기하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A사 영업소장 김모 씨(49)는 “지난해 말 개별소비세 감면 소식이 처음 나왔을 때도 해약 사태가 발생해 한동안 큰 혼란을 겪었다”며 “이번에도 고객들이 구매를 미루는 상황이 이어져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B사 영업사원 박모 씨(37)는 “차를 구입하기로 했던 소비자가 ‘곧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만큼 미리 깎아 달라’고 해 거절하자 결국 계약이 해지됐다”고 말했다.

반면 경쟁국들은 발 빠른 지원으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 1월 자동차 구매세를 10% 인하했던 중국은 최근 다시 소형차 구입 시 구입액의 10%를 지원하기로 하고 곧바로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달 중국의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2월에 비해 24.7%나 늘었다.

독일도 1월부터 9년 이상 된 노후 차량을 새 차로 교체할 때 2500유로(약 45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지난달 내수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22%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이 같은 보조금 지급을 통해 자동차산업 구하기에 나선 서유럽 국가는 벌써 7개국에 이른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미국 중국 등에서 선전(善戰)하면서 전체 판매량이 3.2%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판매 감소율이 전년 대비 6.1%나 됐다.

국내 자동차 회사의 한 임원은 “정부가 업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지원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정을 잘 모르는 얘기”라며 “기업을 도와주려면 필요한 때에 신속하게 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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