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뛴다]LG, 불황은 우리의 기회다

  • 입력 2009년 3월 2일 02시 59분


LG전자, 중동 아프리카 공략… 매출 20% 이상 성장 계획

LG화학,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가 수출확대 역점

《한국이 외환위기 한파(寒波)에 떨고 있던 1998년 7월.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따뜻한 낭보가 전해졌다. LG상사가 카타르석유공사(NODC)와의 끈질긴 협상 끝에 7억 달러 규모의 카타르 정유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이다. 프랑스 일본의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아래 있는 한국 기업에 이런 대공사를 어떻게 믿고 맡길 수 있느냐’며 다양한 방해공작을 폈지만 LG상사의 강한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7억 달러는 같은 해 상반기(1∼6월) 한국의 해외 건설 총수주액(15억8000만 달러)의 44.3%에 이르는 규모였다. 이수호 당시 LG상사 사장은 계약 체결 직후 “한국에서는 산모의 고통이 크면 클수록 옥동자가 더욱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란다는 말이 있다”고 소회를 밝혀 화제가 됐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요즘 LG그룹은 세계 곳곳에서 이런 낭보를 다시 준비하고 있다. LG관계자들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하지만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겠다. 이번 경제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톱 브랜드’란 옥동자를 낳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 국민에게 희망 주는 ‘수출 LG’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현안에만 몰두하면 2~3년 뒤에는 더는 새로움이 없는 기업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어렵다고 움츠러들거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해 나가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LG 임직원들을 이를 ‘세계 시장을 공략하라’는 진격 명령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앞장서고 있다.

우선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에서 ‘확고한 3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사업본부장인 안승권 사장 직속으로 ‘리스크 매니지먼트 태스크포스(위기관리조직)’가 신설됐다. 이 조직은 상품기획 영업 품질 개발 등 부문별 전문가로 구성됐다. LG전자의 한 임원은 “경제 위기 돌파에 대한 본부장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사장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2012년에는 글로벌 톱2로 도약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액정표시장치(LCD) TV의 올해 판매 목표도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1800만 대로 공격적으로 잡았다.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인 강신익 사장은 “엔고 현상 때문에 일본 경쟁업체들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기회에 LCD TV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LG화학은 LCD 패널의 핵심 소재인 편광판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자리를 굳건히 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LG화학 측은 “지난해 대만 중국의 LCD 패널 업체들로 판로를 개척한 것이 주효해 편광판 출하량(면적 기준) 점유율이 올해 1분기(1~3월) 27.1%에 이를 전망”이라며 “일본의 경쟁 업체들을 모두 물리치고 1위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도 노트북 컴퓨터용 LCD 패널 1위를 사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상사는 러시아 사하공화국, 오만 등 전략국가에 대한 ‘컨트리 마케팅(Country Marketing)’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 새 시장 개척으로 글로벌 불황의 파고를 넘는다

세계적 경기 침체 속에서 LG는 매출과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삼았고 그 핵심 전략은 ‘새로운 시장의 적극적 창출’이다.

LG전자는 중동·아프리카 시장을 적극 공략해 이 지역에서 전년 대비 매출을 20%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마카오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본부의 주요 거래처, 모바일 사업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동-아프리카 마케팅 콘퍼런스’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김기완 LG전자 중동·아프리카 지역본부장은 “중동의 산유국들은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빌딩 건설 등 경기부양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고, 아프리카 지역도 미개척 신흥시장이 많아 매출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또 올해 미국 노트북PC 시장에도 처음 진출하기로 했다. 미국에 수출할 넷북 ‘X120’은 ‘X110’의 후속 제품으로 통신과 네트워크 기능이 크게 강화된 제품이다.

LG디스플레이는 필립스, 도시바, 비지오, 파나소닉 등 글로벌 고객사들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구축하면서 신규 거래처도 추가로 발굴해 판로 확대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인 미국 애플사에 5년간 LCD 패널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해 선수금으로 5억 달러를 받았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앞으로 5년간 7조∼8조 원어치의 LCD 패널을 애플에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화학은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가에서의 수출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석유화학제품의 수출 증가와 창호 등 건자재 수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매년 5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석유화학제품을 중심으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펼 계획이다. 또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 경제권에서는 LG화학의 주요 제품들을 소재나 부품으로 쓰는 휴대전화 자동차 건설 산업 등이 급성장함에 따라 판매법인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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