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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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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은행 예금금리가 연 3% 중반이니 이자소득세와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인 셈이다. 이제 예금을 한다는 것은 은행에 보관료를 내고 돈을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됐다.
아무리 돈을 많이 풀어도 모두들 자금을 ‘파킹’만 하는 상황은 좀 더 이어질 듯하다. 이제 실물경기가 본격 추락함에 따라 기업과 가계의 자금사정이나 신용은 더욱 압박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초저금리 환경은 주식시장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지금 주식은 실물을 기준으로 보자면 불안하고 자금시장만 보자면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투자대상이다.
마이너스 금리시대에 세금을 물지 않고 일정 수익을 노릴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이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금시장이 ‘풍요 속 빈곤’에 빠진 이런 상황에서는 주식을 아주 조심스레 다루지 않으면 자칫 위험한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투자의 중심을 잃지 않을 듯하다.
첫째, 당분간 경기 둔화와 물가 하락으로 장기채권 금리는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반면 기업이익 둔화로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더 낮아질 것 같다. 이는 주식투자의 목표수익률을 예전보다 많이 낮춰야 하는 국면임을 뜻한다. 배당투자가 중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초저금리는 자산운용 수단을 고갈시킴에 따라 사람들로 하여금 주식시장에 강한 미련을 갖게 한다. 이 디플레이션 시대에 호시탐탐 머니게임을 노리는 유동자금은 결국 주기적으로 상당한 주가변동성을 일으킬 것이고 또 그것을 기꺼이 즐기려 할 것이다.
셋째, 저금리 경기약세 국면이 길어질수록 투자자들은 현실적인 기업이익보다는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테마에 기대려 할 것이다. 최근 뜨고 있는 녹색성장 테마도 이런 맥락이다. 어두운 세상에 ‘꿈을 주는 주식’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우량 테마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다만 현실적인 이익기반과 논리가 부족한 종목은 수명이 짧고 진실게임에서 도태될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이고도 초고속으로 진행된 최근 저금리는 투자자들을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실질 운용수단이 막힌 상황에서 주식시장은 중요한 수익률 공급원임에 틀림없다. 다만 이 같은 마이너스 금리시대에는 증시 주변 유동성에 의한 주가의 부침을 노리되 목표수익률은 한층 낮추고 살아남을 수 있는 종목 중심의 투자에 집중하는 게 유익할 듯하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