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비켜가기…온라인펀드에 ‘묻지마’ 몰린다

  • 입력 2009년 2월 10일 22시 12분


투자확인서 없이 고위험상품 가입…투자자보호 사각지대

4일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서 펀드투자자들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고 있지만 온라인 펀드는 아직도 투자자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국내 온라인펀드 시장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설정액 1조 원을 돌파한 뒤 1월말에는 1조550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의 투자자 보호망은 시장의 성장 속도에 비해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 '온라인 펀드'

현재 각 증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는 투자자의 투자 성향에 관계없이 클릭 몇 번만 하면 바로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취재기자가 직접 확인해본 결과 하나대투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모든 상품에 대해서 별도의 정보 확인 절차를 두지 않았다. 투자자 성향 3등급에 해당하는 '위험중립형' 투자자라도 가장 위험한 등급인 '초고위험' 상품에 별다른 주의경고 없이 가입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거래 시에는 투자자정보확인서 작성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다만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증권(DLS)등의 파생상품에 가입하는 고객만 투자자정보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미래에셋증권도 ELS, DLS등의 파생증권이나 파생상품과 관련된 펀드에 대해서만 투자자정보확인 절차를 거치게 했다.

각 증권사는 보완책으로 투자자들이 자신의 투자 성향을 온라인으로 테스트해볼 수 있게 했지만 이 또한 의무 사항은 아니다.

또 투자 성향을 스스로 테스트한다 하더라도 펀드의 위험 등급을 표시해놓지 않아 자신의 성향에 어떤 펀드가 적합한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더욱이 오프라인 창구에서는 자신의 투자 성향 보다 높은 등급의 펀드에 가입하려면 '설명을 들었으며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확인서를 써야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이 확인서도 작성할 필요가 없다.

표준투자권유준칙은 판매사는 상품 유형을 무위험부터 초고위험까지 다섯 등급으로 분류해 투자자가 펀드에 가입할 때 위험등급을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풍선효과로 온라인으로 몰릴 가능성 대비해야

투자자 보호에 이 같은 허점이 생긴 것은 온라인 펀드는 판매사와 별도 상담절차 없이 전적으로 고객의 판단에 의해 투자가 결정되는 관례가 굳어져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가 각 증권사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HTS 투자는 투자권유 행위가 없기 때문에 투자권유의 적합성 확보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하지만 온라인상의 각종 '투자유망펀드', '추천펀드' 등의 광고문을 투자권유 행위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서는 논란이 많다.

또 투자자들이 자통법 시행에 따라 온라인 펀드로 대거 몰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같은 펀드라도 온라인을 통해 가입하면 길게는 1시간 가량 걸리는 가입 절차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 일종의 '풍선효과'인 셈이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강창희 소장은 "자통법 시행 과정에서 판매사는 온라인 투자자를 보호할 방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온라인으로 직접 펀드를 선택하는 투자자들도 정확하게 알고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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