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변호사도 불황에 운다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8분


대출 거절당하고… 신용한도 깎이고…

변호사 29% “사무실비 빼면 연소득 3000만원”

개업의사 대출한도액 최대 1억5000만원 줄여

경기 침체의 여파가 신용도가 높은 전문직인 변호사와 의사에 대한 대출 축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의사와 변호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 규모를 줄이는가 하면 개업보다 월급제 의사나 변호사로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량고객’ 의사·변호사 대출 축소=중견 법무법인(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 경력 5년째인 A 씨는 최근 신용대출을 더 받으려고 은행을 찾았다가 민망한 꼴을 당했다.

사법연수원에 다닐 때 1억 원을 신용대출 받은 뒤 최근 1억 원을 추가로 대출받으려 했지만 거절당한 것.

A 씨는 “얼마 전까지 변호사는 2억 원까지 신용대출이 쉬웠는데 이제는 신용도에 따라 대출 액수가 제한된다”고 말했다.

변호사 특별 신용대출(마이너스 통장)을 제공하는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대출액 한도를 20% 깎았다. 변호사의 대출 한도를 낮춘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4년차 이상 변호사에게 담보 없이 최대 2억 원까지 대출해 주던 것을 1억6000만 원으로, 4년차 미만은 1억5000만 원에서 1억2000만 원으로 한도가 낮아졌다.

최근 씨티은행은 의사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인 ‘닥터론’의 한도를 5억 원에서 3억5000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한은행도 의사 신용대출 한도를 3억 원에서 2억5000만 원으로 줄였다. 하나은행은 개업을 앞둔 의사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3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낮췄다.

일부 의사는 우량 신용등급을 이용해 거액의 엔화 대출을 받았다가 늘어난 원리금 부담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최근 원-엔 환율이 껑충 뛰고 은행들이 엔화 대출에 대한 가산 금리까지 올리면서 갚아야 할 돈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경기 수원시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정모(47) 씨는 2005∼2006년 두 번에 걸쳐 2억 엔을 연 1.65%의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당시 100엔당 700원대였던 원-엔 환율이 1500원대로 치솟고 금리도 최고 연 6.88%로 올랐다.

정 씨는 “환율이 뛰고 금리가 올라 내야 할 이자가 4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이자를 갚느라 세금까지 체납했고 카드 연체가 늘면서 신용카드 사용 한도도 150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사무실 축소=서울 서초구에서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6년째 운영하는 변호사 B 씨는 최근 한 달에 사건이 2, 3건밖에 들어오지 않자 사무실 규모를 줄이려고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

기존의 148m² 규모의 사무실을 절반으로 줄여서 옮기려 했지만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만 250만 원 안팎으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사무실을 정리하고 당분간 집에 사무실을 차린 뒤 다시 개업하기로 했다.

서울변호사회는 최근 ‘2008년 회원 실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한 변호사 375명 중 109명(29%)이 사무실 운영비를 제외한 연간 실소득이 3000만 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대기업 신입사원 평균 초임인 3100여만 원을 밑도는 액수다. 응답자의 68%(201명)는 지난 한 해 동안 수임한 사건이 30건을 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의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의료계 불황으로 개원하는 전문의는 줄고 있는 반면 월급 받는 페이닥터(pay doctor)는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7년 초 55.2%였던 개원 전문의 비율이 2008년 11월 51.9%로 떨어졌다.

반면 종합병원을 포함한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월급을 받는 페이닥터 전문의는 2007년 초 41.8%에서 2008년 11월 44.1%로 늘었다.

전남 장흥군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일하고 있는 이신(34·산부인과 전공) 씨는 “억 단위 개원 비용이 부담스러워 개원은 힘들다”며 “페이닥터로 가거나 경영권을 넘기려는 의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동아일보 주요기사

강호순, 여성편력 소설-관상책 보며 ‘범죄수업’

李대통령-박근혜 회동,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지만…

30원짜리 초저가 주식 거래, 있다? 없다?

‘클림트의 감성’ 문화와 생활 속으로 들어오다

1000,000,000,000$→1$…짐바브웨 또 화폐단위 절하 단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