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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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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형태 보기’편에선 외곽형태에서 여백, 비례, 기울기, 시점별 보기 등으로 다양하고 복잡하게 보이는 3차원의 입체들을 2차원의 평면으로 옮겨 그릴 때 필요한 학습법이 담겨 있다. 그리고 ‘흑백 색면 보기’편에서는 한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물 간에, 밝고 어두운 반대성향의 색면들을 식별하는 요령을 담아냈다.
이 책이 다른 교재와 달리 돋보이는 것은 그림을 그릴 때 밑바탕이 될 수 있는 ‘사물을 보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명상’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김 원장은 “제가 중학교를 다닌 시절, 미술 선생님의 권유로 그림공부를 시작했지만, 선생님들을 만날 때마다 개인적인 견해나 단편적 지침으로 혼란을 많이 겪어왔다”며, “책에서 제시하는 학습방법이 유일한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사물을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그려내는 능력을 키우는 데 무척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초등 저학년 시기까지는 그림 그리는 일에 머뭇거림 없이 신나는 놀이하듯 주관적 표현을 즐긴다. 그러나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자신이 보는 사물의 모습과 닮게 그리고 싶은 욕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감정의 주관적 행위에 만족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10대부터 학생들은 보는 행위를 통해 주체와 객체를 식별하고, 사물과 공간을 느끼는 시각적 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사람이 객관적으로 사물을 식별할 때 눈에 의존하는 비율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이런 감각의 발달이 10대에 왕성하게 발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을 진실하게 바라보고 정확히 식별해낼 수 있는 바탕’으로서의 ‘보기’ 학습은 미술 행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점을 오랫동안 지켜보아온 김 원장은 ‘보기’학습을 획기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는 해결책으로 ‘명상’을 끄집어냈다. ‘명상은 자신이 원하거나 사랑하는 대상과 합일(일치)’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고, 그림을 그릴 때 유용한 능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따르면, ‘명상의 눈은 전체를 통째로 관조하는 눈이며 가장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눈’이다. 그리고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고 반대의 것을 동시에 아우르는 눈이고, 가장 치밀하고도 유기적인 눈이다. 따라서 보고 그리는 과정에서 사물과 일치를 이루어가는 ‘명상’은 단편적인 기술이나 지식의 습득을 목표로 하는 학습과는 다른 감각을 키워주는 핵심적인 수단이다.
사실 ‘명상을 통한 그림 그리기’는 오래전부터 유명 화가들의 관심사였다. 중국의 소동파(蘇東坡, 蘇軾 1036~1101)는 "대나무를 그리려면 마음속에 대나무를 자라게 한 다음 대나무가 나의 마음과 일치하였을 때 곧바로 그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명상’은 이처럼 사물과 자신의 마음을 일치시키고, 사물이나 감정에 대한 직관적 표현력을 키우는데 효과적인 방법인 셈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명상’에는 몇 가지 원리가 있다. 무중심의 원리, 쌍차쌍조의 원리(요철의 원리), 오관체험의 원리, 편향성, 불편심의 원리, 단순성의 원리 등 여섯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가령, 한 건물의 벽면을 고려해보자. 빛이 차단된 공간 속에서는 사물들이 자신을 드러내기가 힘들다. 그러나 일상의 가시 공간에서는 빛을 못 받는 쪽의 어두운 부분이 주변의 밝은 부분을 선명하게 드러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밝은 면을 표현하고자 할 때는 어두운 면을 먼저 보는 것이 좋다. 이처럼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의 모양은 빛 상황에 따라서 변하지만, 항상 서로를 드러내주는 상대짝으로서 공존한다. 이것이 바로 ‘쌍차쌍조의 원리’다. 색면보기 때 서로 반대의 성질을 갖고 있으면서도 항상 공존하며 결코 어느 한 쪽도 없어서는 안 될 짝꿍의 관계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명상으로 보고 그리는 학습’은 그림을 그리는 단편적 기술이나 지식에 집착하거나 머물게 하지 않는다. 저자 스스로 강조했듯 유심한 눈으로 사물을 보며, 본 것에 일치하도록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가 명상에 속하고, 이는 단순한 미술행위가 아닌 본질적으로 삶에의 일치로 향하는 또하나의 가치학습 과정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미술 관련 교사나 학생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유용하다. 한 공간을 채우고 있는 다양한 사물들을 색면을 통해 구분하는 쌍차쌍조의 원리,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보고(단순성의 원리), 편향성을 배제하며(불편심의 원리), 반대성향의 것을 발견하는 요철의 원리, 전체와 부분, 부분과 전체 등의 관계를 동시에 비교하는 무중심의 원리 등은 대부분의 사회 영역에서 사물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필요한 세계관이다. 아마도 수많은 정책을 입안하고 상품을 개발하고, 주어진 과제들을 해결할 때, 사물을 바라보고 입체적인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기계발 학습서로도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명상으로 보고 그리기’ 학습 방법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김혜정아뜰리에 미술학원'(1588-8340)에 직접 문의하거나 홈페이지(www.katelier.com)를 참조하면 된다.
자료 도움 : '명상여행' 출판사, 김혜정아뜰리에 미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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