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T… WASTE? 325명 뽑았지만 인턴취업 불투명

  • 입력 2009년 1월 30일 03시 01분


“일반 어학연수보다 싸지도 않아”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김모(23·여) 씨는 미국대학생연수취업(WEST) 프로그램에 합격해 3월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29일까지 ICD, CIEE, AIPT 등 미국 측 스폰서 업체 세 곳 중 어디를 택할지 희망순위를 제출해야 했지만 김 씨는 어느 기관에 지원해야 전공을 살려 인턴 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이날 오전까지도 업체에 대한 상세 정보가 계속 바뀌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국내 유학원에서도 300명을 미국에 보내려면 상담직원 20∼30명이 붙는 것은 기본”이라며 “정보 공개 속도가 너무 느려 학생들이 계속 혼란을 겪었다”고 불평했다.

WEST 프로그램은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것으로 대학생 및 최근 졸업생들이 미국에서 최장 18개월 동안 체류하며 어학연수(5개월), 인턴취업(12개월), 관광(1개월)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 미국 국무부가 관리하는 스폰서 업체가 연수기관과 일자리를 알선해 준다.

정부는 WEST 프로그램이 적은 비용으로도 어학연수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참여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모(23·중앙대 4년) 씨는 “신청할 때는 대한민국을 대표해 나간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진행 상황을 보니 실망이 크다”면서 “외교통상부에 문의해도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다는 말뿐이고 아직 오리엔테이션 한 번 열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학생들은 어학연수 기간 체류비로 1만2500달러를 먼저 마련해야 하지만 별도의 지원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학생들은 “이 비용을 전액 부담하려면 유학원을 이용해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유모(24·여·서울대 4학년) 씨는 “다른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비해 인턴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 인턴 취업에 대한 확신이 없어 불안하다”면서 “정부에서는 인턴 임금으로 체류비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데 취업이 안 되면 결국 시간낭비만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인턴 배정 가능 인원을 생각해 325명을 선발한 것”이라며 “어학연수 5개월 중 취업박람회 등을 통해 일자리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정(26·서강대 중국문화과 4학년), 송충만(24·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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