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아파트 급매물 소진 호가 뜀박질

  • 입력 2009년 1월 23일 02시 58분


《이달 들어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30평형대 아파트를 사려고 집을 알아보던 회사원 박모(39·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씨는 21일 분당의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다가 크게 당황했다. 지난주 4억 원대 초반이던 105m²(32평형)의 호가가 1주일 만에 4억8000만∼5억 원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많이 내렸다고 해서 사려 했는데,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 분당의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호가가 뛰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권에서 급매물이 팔려 나가고 호가가 오른 걸 고려하면 1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분당에서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분당과 인접한 판교신도시의 중대형 아파트 청약이 21일 최고 51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되자 ‘급락하던 분당 집값이 바닥에 근접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1개월 시차로 ‘강남 따라’ 재연

○ 반토막 속출에 대기 매수세 움직인 듯

22일 분당구 정자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4억 원대 초반에 나와 있던 중형 아파트 급매물이 최근 보름 동안 주변 마을별로 10채씩, 총 100여 채가 거래됐다.

분당구 서현동 해내밀공인 이효승 사장은 “최근 2주 사이 우리 사무소에서 급매물 5개가 한꺼번에 팔려 나갔다”고 전했다.

급매물 거래가 늘자 매도 호가도 2000만∼4000만 원 정도 올랐다. 지난 주말에 5억2000만 원에 팔린 서현동 시범 삼성한신 아파트는 이번 주 들어 매도자가 “6억 원 밑으로는 안 판다”며 호가를 올렸다.

매수 문의도 크게 늘었다. 분당구 수내동 분당공인 이숙경 사장은 “지난해까지 뚝 끊겼던 문의전화가 요즘에는 하루 평균 30통 정도 온다”며 “서울 잠실 집값이 뛰면 분당도 오른다는 기대가 많다”고 귀띔했다.

분당에 최근 급매물 수요가 늘어난 것은 이 지역 집값이 지난해 크게 하락했기 때문.

현재 분당 아파트 값은 2006년 말 고점과 비교해 40∼50%가량 급락했다. 정자동 으뜸부동산 김남영 사장은 “지난해부터 올해 1, 2월이 바닥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린 사람들이 실제로 행동에 나선 것 같다”고 분석했다.

○ 경기침체-판교입주 영향 가격하락 압력도

분당지역의 급매물은 소진됐지만 일반 매물을 사겠다는 수요는 별로 없다. 호가만 오르고 거래는 주춤한 강남시장 흐름이 재연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분당 집값이 본격 상승을 시작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데다 분당에 많이 살고 있는 판교신도시 입주 예정자들이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분당 집을 매물로 내놓고 있어 가격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또 일부 분당 주민들은 값이 많이 내린 서울 도심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서울 회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분당구 수내동으로 이사 온 자영업자 김모(40) 씨는 “판교신도시 입주가 마무리되면 길도 더 막히고 공급량 증가로 집값도 더 안 오를 것 같다”며 “분당 집을 급매로 팔고 잠실로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급매물이 거래되자 분당의 매도자들이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를 갖고 호가를 올려보지만 추격 매수가 붙지 않는 상황”이라며 “분당은 오를 때나 내릴 때나 서울 강남권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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