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금융위원장 “채권시장 안정 펀드 10조 조성”

  • 입력 2008년 11월 14일 03시 00분


정부가 다음 달 중 1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 펀드’(가칭)를 조성해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발행한 ‘BBB+ 등급’ 이상의 우량 금융채와 일반기업의 회사채를 사주기로 했다. 채권시장 경색으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기업, 금융회사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금융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관투자가들이 채권 투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연기금, 시중은행, 한국산업은행, 보험회사와 민간 투자자 등이 내는 총 10조 원 안팎의 규모로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은행채 외에 유동성 문제를 겪는 할부금융사(캐피털사) 신용카드사 등의 채권을 우선적으로 사게 된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우량 기업, 수출기업이 신규 발행한 회사채를 기초로 신용보증기금이 발행할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도 사주기로 했다.

전 위원장은 “신보와 기술보증기금의 신용 보강을 통해 펀드가 매입하는 채권의 위험도를 줄이는 등 민간 투자자가 채권시장안정펀드에 출자하도록 유도하겠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이달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한다는 소식에 국고채 금리가 크게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연기금이나 은행 등이 이 펀드에 참여하면 유동성이 부족해져 국고채 매입을 줄일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한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이날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30%포인트 상승한 연 5.44%,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30%포인트 오른 5.24%로 마감했다. 하루 상승폭으로 봤을 때 SK글로벌의 대규모 분식회계 파문이 발생한 2003년 3월 12일(5년 만기 0.46%포인트, 3년 만기 0.51%포인트) 이후 5년 8개월 만에 최대였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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