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급보증 조건으로 은행 임원 연봉 최대 30% 삭감 요구

  • 입력 2008년 11월 7일 15시 52분


금융 당국이 은행의 대외 채무 지급보증을 조건으로 임원 연봉의 10~30% 삭감을 요구했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각 시중은행에 5일 '정부의 은행 대외채무 지급 보증관련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통보하고 시중은행의 임원 연봉 조정과 스톡옵션 반납을 요청하고 연봉 삭감의 적정수준으로 '10~30%'의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또 임직원에 대한 보수 지급시 장기적인 경영성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보상체계를 개선하라고 요구해 임원 뿐 아니라 '직원'의 보수체계까지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은행들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10일까지 세부이행계획안을 작성해 제출하면 금감원은 이를 받아 13일까지 심사한 뒤 14일에 개별 은행들과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은행들은 대외채무 지급보증 신청 계획을 비롯해 외화자금 조달 개선,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 및 만기 연장 계획 등을 구체적인 수자로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자본확충을 위한 분기별 예상 증자액, 배당성향 등의 목표치도 적어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의 가이드라인 통보를 받은 은행들은 당혹해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MOU에서 중기 대출을 늘리라고 압박하면서 적정자기자본도 늘리라고 하는데 지금 어느 은행이 증자를 할 수 있겠냐"며 "무리하게 대출을 늘리다 부실이 커지면 당국이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금융노련의 한 간부는 "직원 연봉 조정까지 MOU에 포함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로운 노사관계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직원 임금 부문을 빼지 않으면 금감원과의 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은 MOU 체결에 참여할 지 결정 못하고 있다. 두 은행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주말까지 계속 검토해 최종 참가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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