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에 시가총액이 ‘순현금’보다 적은 기업 95개

  • 입력 2008년 10월 30일 03시 03분


‘알부자’ 대접 못받는 저평가 업체들 속출

연이은 주가 폭락으로 국내 기업 중 당장 청산을 해도 주주가 주가 이상의 현금을 곧바로 회수할 수 있을 만큼 저평가된 기업들이 최근 급증했다.

이는 상식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지속될 수 없는 현상으로, 기업의 실제 가치에 비해 주가 폭락의 정도가 극심하다는 증거다.

동아일보와 신영증권이 29일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978종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식의 시가총액(27일 기준)이 기업이 보유한 ‘순현금’보다 적은 기업은 95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외환위기 직후 코스피가 376.31이었던 1997년 말(8개)에 비해 12배가량 급증한 것이고, 코스피가 1,897.13이었던 지난해 말(11개)에 비해서도 9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코스피시장에서는 자동차부품 제조회사인 삼성공조 등 31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순현금보다 적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인 국보디자인 등 64개 종목이 이 기준에 해당됐다.

순현금은 주식 등 단기투자자산과 현금성자산의 합인 ‘총현금’에서 장단기 부채를 뺀 것. 부채 부담 없이 즉시 현금으로 쥘 수 있는 돈이다. 신영증권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은 “순현금과 시가총액을 비교하는 이 기준에는 기업이 가진 영업 가치와 땅, 기계설비, 건물과 같은 고정자산이 포함되지 않아 시가총액이 순현금보다 적은 기업은 주가가 심하게 저평가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순현금과 주가를 비교하는 것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버크셔해서웨이 워런 버핏 회장이 주로 활용한 기법이기도 하다.

삼성공조는 올 2분기 말 현재 순현금으로 1225억 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시가총액은 362억 원에 불과해 시가총액 대비 순현금 비율이 3.38배다. 현대미포조선도 순현금은 2조3010억 원이나 되는 반면 시가총액은 1조3800억 원으로 시가총액 대비 순현금 비율이 1.67배다. 이 외에도 TV와 컴퓨터 모니터 유리를 생산하는 한국전기초자(2.11배)와 섬유회사인 방림(1.92배), 남양유업(1.36배), 한국주철관공업(1.28배) 등이 시가총액 대비 순현금 비율이 매우 높았다.

코스닥에서도 국보디자인(2.13배)을 비롯해 잉크젯프린터 제조회사인 디지아이(1.17배)와 전자결제 업체인 이니시스(1.98배),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PSK(1.46배) 등이 시가총액 대비 순현금 비율이 높았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부사장은 “미국에서 주가 저평가기인 1970년대 이후에는 이런 저평가 기업들이 사라졌다”며 “한국 증시에 역사적인 저평가 시점이 도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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