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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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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세븐 지역 공시가격 이하 급매물 속출
취업전망지수 80서 60으로 급락 ‘걱정’ 커져
주식, 저축, 부동산 등 자산가치 하락으로 우려했던 소비심리의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다. 소비심리가 움츠러든 가운데 세계 경기 침체에 따라 수출까지 꺾이면 실물경기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금융위기에 이어 실물경제의 침체라는 더 거센 파도가 생각보다 빨리 밀어닥칠 조짐이다.
○ 소비자심리 이달 8포인트 떨어져
28일 한국은행이 전국 56개 도시 22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로 9월보다 8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등을 종합한 지수로 100을 넘으면 예년보다 상황이 나아졌다는 응답이 많다는 뜻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7월 84에서 8월과 9월 각각 96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세계 금융위기가 고조되자 급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현재 경기판단지수는 45에서 31로, 6개월 후의 경기전망지수는 82에서 61로 각각 하락했고, 취업기회에 대한 전망도 80에서 60으로 20포인트 급락해 일자리 걱정도 커졌다. 6개월 후 가계수입전망과 소비지출전망은 각각 97에서 91로, 106에서 100으로 하락했다.
허상도 한은 과장은 “현재보다 6개월 후 전망지수가 더 나빠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마이너스 자산효과’ 우려
주택 등 부동산과 주식 등 금융자산 가치 하락도 문제다.
서울 강남권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공시가격 이하로 떨어진 아파트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통상 시세의 70∼80% 선에서 국토해양부가 고시하는 아파트 공시가격보다 싼 매물이 등장한 것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때 10억 원까지 호가(呼價)가 나오던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기자촌 아파트 109m²는 최근 6억5000만 원짜리 급매물이 나왔다. 공시가격(6억6200만 원)보다 1200만 원 싼 것.
인근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급매물이지만 시세가 공시가격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은 집값의 지지선이 무너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6개월 후의 주택, 상가 가치에 대한 소비자전망지수도 지난달 101에서 이달 93으로 떨어졌다. 주식 가치에 대한 전망은 90에서 73으로 무려 17포인트 급락했다.
한은에 따르면 주가 하락은 3개월 후 민간 소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1% 떨어지면 소비가 약 0.03% 감소한다는 것이다. 올해 10월 들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점으로 볼 때 내년 초에는 이 같은 ‘마이너스 자산효과’가 본격화할 수 있다.
○ 수출 둔화도 복병
국제유가 하락으로 올해 4분기(10∼12월) 무역수지와 경상수지는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문제는 내년 수출 시장이다. LG경제연구원은 28일 ‘수출 둔화세 심상치 않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으로의 내수 소비재 수출과 개발도상국으로의 중간 자본재 수출이 모두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소는 수출증가율이 올해 20.3%에서 내년 8.9%로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는 불가피하다”며 “금리를 인하해 통화정책을 완화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 급락을 막는 정책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