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처방에도 반짝약효… ‘카드’만 소진되나

  • 입력 2008년 10월 28일 02시 59분


코스피 장중 900 무너져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설치된 전광판에 892.45라는 주가지수가 떴다. 이날 코스피는 낮 12시경 처음 900 선이 무너진 뒤 오후 한때 892.16까지 떨어졌지만 장 막판에 연기금이 대규모 매수에 나서면서 전 거래일보다 7.70포인트 오른 946.45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코스피 장중 900 무너져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설치된 전광판에 892.45라는 주가지수가 떴다. 이날 코스피는 낮 12시경 처음 900 선이 무너진 뒤 오후 한때 892.16까지 떨어졌지만 장 막판에 연기금이 대규모 매수에 나서면서 전 거래일보다 7.70포인트 오른 946.45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외국인 자산회수 우리힘만으론 못막아” 분석

정부 고민 깊어가… “나름대로 선방” 시각도

■ 금리 인하 금융시장 반응

“외국인의 해외자산 회수는 워낙 세계적인 흐름이라 우리 정부가 어떤 조치를 낸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7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 폭으로 인하하는 등 정부의 고강도 조치에도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대부분의 전문가는 이런 해석을 내놨다.

특히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은 이날까지 주식 시장에서 9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이며 하락장세를 주도했다. 정부의 ‘액션’이 이들에겐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고 있는 것. 한국은행과 정부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날 대책이 주가 급락이나 환율 폭등 등 더 나쁜 상황은 막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 쏟아지는 대책, 반응 없는 증시

지난달 중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이후 정부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금융시장을 향해 다양한 대책을 쏟아냈다. 그때마다 금융시장은 소폭으로 잠시 안정되는 데 그쳤을 뿐 얼마 못 가 터지는 해외발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대책이 잘 안 먹히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주식을 계속 내다 팔고 있기 때문. 그렇다고 이들을 탓할 수도 없다.

전 세계적으로 펀드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미국 투자자들은 요즘 공포에 질려 만기 때 손익을 가리지 않고 일제히 환매할 분위기다. 따라서 외국의 펀드운용사들도 투자자산을 청산해 현금을 최대한 확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요즘처럼 한국의 주가가 낮고 원-달러 환율이 높을 때 한국 주식을 달러로 바꿔나가는 것이 불리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환매가 몰릴 때에 대비해 유동성 비율을 잔뜩 높인 자산운용사들은 환매 요구가 들어오면 곧바로 그만큼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주가가 바닥에 접근할 때마다 매수자로 나서던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마저 공포에 질려 투자를 꺼리고 있다. 한마디로 수급(需給) 구조가 망가진 것이다.

○ 자금시장 패닉 국면은 막아

잇달아 쏟아낸 강도 높은 대책에도 금융시장이 매번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정책의 효과도 없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남겨둬야 할 ‘카드’만 소진하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것이다. 그저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애써 위안하는 모습이다.

물론 이날 한은과 정부의 조치가 증시에 전혀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증시는 미국 증시의 영향을 받아 폭락세를 보였지만 코스피는 폭락을 면했을 뿐 아니라 소폭이나마 반등했다. 하지만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와 한은의 은행채 매입 정도의 강도 높은 대책이라면 아무리 나쁜 상황에서라도 코스피지수가 30∼40포인트는 올랐으면 했던 게 정부 당국자들의 기대였다.

그럼에도 이날 대책에 채권시장 등 시장이 기민하게 반응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효과가 있었고, 시간을 두고 효과가 더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환은행 김두현 차장은 “이날은 금리 인하에도 아시아 증시 급락 등 바깥 요인이 워낙 컸기 때문에 금융 불안이 이어졌다”며 “그래도 한은의 정책이 심리적 안정 요인이 됐고 이마저 없었더라면 주가 폭락과 환율 폭등세를 막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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