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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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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증시 이탈로 달러 수요 급증
②통화량은 늘었는데 ‘돈 가뭄’
금융사-기업들 불신 커져 투자-대출 꺼려
③기준금리 내렸는데 CD금리는 상승
투자심리 악화되면서 채권 매수세 실종
④한국 국가부도 위험 동남아보다 높다?
외환위기 전력 때문… 경상적자도 요인
⑤외국언론 부정적 보도 잇따라
정부 “서방국가와 비교할 때 이중잣대 적용”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 경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일종의 미스터리 경제현상이다.
한국 경제의 ‘5대 청개구리 현상’을 정리해본다.
①외환보유액이 든든한데 원화만 약세
9월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396억7179만 달러로 세계 6위 규모다.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이는 것은 최근 들어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주식을 팔고 이를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상수지 누적 적자가 많은 것도 원화 약세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환율을 내리기 위해 보유 외환을 함부로 쓸 수는 없다. 국가의 비상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환율 시장에서는 미세조정만 하고, 은행에 대외 차입 지급보증을 해 주거나 스와프 시장에서 필요한 은행에 달러를 푸는 ‘직접 지원’ 쪽에 보유 외환을 쓰고 있다.
②통화량 늘었는데 은행은 ‘돈 가뭄’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광의통화(M₂)는 작년 같은 달보다 14.7% 늘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원화 유동성을 더 풀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시중에 돈은 많이 풀려 있지만 머물러 있기만 할 뿐 흐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1∼3월)와 2분기(4∼6월)의 통화유통속도는 각각 0.716과 0.720으로 지난해 1분기(0.760)와 2분기(0.763)에 비해 낮아졌다. 통화유통속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M₂로 나눈 것.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진 것은 가계와 금융회사,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금융위기 이후 서로를 못 믿어 돈을 투자하거나 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의 만기 연장에 애를 먹고 있다.
③기준금리 낮췄는데 CD금리는 오른다
한은이 이달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는데도 CD금리는 24일 현재 연 6.18%로 9일보다 0.22%포인트나 올랐다.
이는 투자 심리가 악화되면서 채권 매수세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은행채가 안 팔리니 은행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CD금리를 올린다. CD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함께 오른다. 가계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한은이 은행채를 사들이겠다는 것도 CD금리와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다.
④한국 국가부도 위험이 동남아보다 높다니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23일 기준 5.66%포인트로 말레이시아(4.28%포인트) 태국(4.15%포인트)보다 높았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국가나 기업의 신용도가 낮아졌다는 뜻. 한국이 외환위기 경험이 있고, 경상수지 누적 적자가 커 순채무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투기적 거래가 필요 이상으로 수치를 높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부 세력이 시세 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호가를 부풀리면서 실제 정부 신용도와 관계없이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⑤외신에서 왜 자꾸 부정적인 보도가 나오나
기본적으로 한국 경제가 취약한 부문이 적지 않지만, 외국 언론이 서방 국가에 비해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한국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규모가 커 ‘기사 소재’로 삼기 적절하고, 한 신문이 쓰면 따라 쓰는 분위기도 강하다는 것.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