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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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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입찰 방식으로 ‘돈놀이’는 차단
한국은행이 달러를 은행에 직접 공급하기로 한 것은 시중은행의 외화자금 조달에 대한 국내외의 불안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달러가 꼭 필요한 은행에 달러를 공급하는 ‘맞춤식 대응’으로 중앙은행이 시중은행 달러 조달의 ‘최종 보루’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은행이 자구 노력 대신 중앙은행에 기대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공개경쟁 입찰 방식을 택하고 외화자금 시장의 상황을 봐가며 돈줄을 조정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 은행권 달러 ‘돈맥경화’ 해소 나서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시중은행들이 갚아야 할 외화 차입금은 모두 361억 달러다. 이 가운데 11월 상환 자금까지는 은행들이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한은 측은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세계 금융시장의 ‘돈맥경화’가 지속되면 결제 수요가 몰리는 연말에 국내 은행의 외화 자금난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미리 대응에 나선 것.
실제로 16일 원화와 달러를 교환할 때의 원화 고정금리를 뜻하는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0%대로 떨어졌다. ‘달러만 빌려주면 원화는 공짜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달러 구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은행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외환보유액의 75% 정도를 운용하고 있는 한은이 달러를 풀면 은행은 원화를 주고 달러를 빌리는 외화 조달 자금 창구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우리은행 박동영 자금부장은 “개별 은행으로선 유동성이 공급돼 자금 조달에 크게 도움이 되고, 외환 시장 전반적으로도 일단은 안정될 수 있어 적절한 조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 도덕적 해이-외환보유액 감소 부담
달러가 당장 필요하지 않은 금융기관까지 공개 입찰에 나서거나 한은의 달러를 받아 금리 차익거래(아비트리지)를 노린 ‘달러 돈놀이’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은 논란거리다. 한은도 이를 의식해 공급하는 달러 금리를 해외시장 조달 금리와 큰 격차를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개경쟁 입찰을 택한 것도 시장 원리에 따라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9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397억 달러. 정부가 150억 달러를 외환스와프 시장 등에 공급한다고 밝혔고, 한은이 공개 입찰 방식으로 달러를 일정기간 원화와 바꿔 빌려주면 달러가 상환될 때까지의 기간 동안 외환보유액이 줄게 된다.
○ 원화 자금 시장에도 숨통 트일까
한은은 국민연금기금과 원-달러 통화스와프 계약을 중도 해지해 연말까지 100억 달러를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100억 달러 정도의 외환보유액이 늘어나게 된다.
국민연금은 달러와 바꾼 약 10조 원 규모의 원화로 은행채와 회사채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행 등에 돈을 풀겠다는 것.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은 “한은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대상 채권을 은행채와 우량 회사채로 확대하고 대상 기관도 모든 금융기관으로 넓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정부 당국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