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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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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 지주사 전환 가능성… SK-동양 추가조치에 기대
삼성, 지분정리에 막대한 비용 들어… 당분간 전환 어려울듯
현대·기아차 “아직까지 은행 - 금융업 추가 진출 계획 없다”
금융위원회가 13일 보험회사나 증권회사(금융투자회사)가 중심인 금융지주회사가 제조업체를 자(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대기업집단(그룹)들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회사 밑에 증권사, 보험사, 제조업체가 나란히 자회사로 편입될 수 있게 돼 기존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하고 투명하게 만들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주회사가 되면 새로운 자회사의 설립이나 인수합병(M&A), 퇴출이 쉬워지는 게 장점이다. ‘지분 이상의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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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부그룹 “지주회사 체제로 갈 방침”
현재로서는 동부그룹의 보험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동부화재는 동부생명 동부증권 동부건설 동부제철 등 금융계열사 및 제조업체들의 지분을 보유해 이미 지주회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동부화재 측은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간다는 방침”이라며 “이번 발표와 관련한 구체적인 시행령이나 감독규정 등이 나온 후에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멘트업체인 동양메이저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동양그룹, SK㈜가 지주회사인 SK그룹은 제조업체 지주회사가 증권사 등 금융자회사를 둘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 규제를 풀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대변인은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는 원칙을 밝힌 메리츠금융그룹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이 그룹은 메리츠화재가 메리츠증권, 메리츠종합금융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메리츠자산운용과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는 메리츠화재의 100% 자회사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지주회사 형태로 지분을 정리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 중장기적으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대한생명을 중심으로 보험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한화 측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대한생명 상장 등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지주회사 전환은 지금으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 현대차는 중장기 과제로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출자 구조다.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삼성그룹이 보험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 이를 위해서는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삼성에버랜드가 보험지주회사가 돼 삼성생명 외에 삼성전자 삼성카드 등 계열사 지분을 직접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가 제시한 새 제도에 따르면 자회사인 보험회사는 손자회사로 제조업체를 둘 수 없다. 보험회사가 제조업체를 직접 거느리면 보험 계약자에게서 받은 자산으로 제조업체 등에 지배력을 확장해 금융 소비자와 이해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되면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지분 7.21%)인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2대 주주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팔아야 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진일보된 규제 완화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삼성생명의 경우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데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당분간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단기적으로 지배구조의 변화가 나타나긴 쉽지 않다. 최근 증권업 등 금융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이 그룹 관계자는 “아직까지 은행업이나 여타 금융업에 추가로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