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수전 포스코 - GS 전격 제휴… 본입찰 앞두고 새 국면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4분


13일 회사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실시되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올해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로 꼽히면서 인수 희망 기업들이 치열한 인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대우조선해양
13일 회사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실시되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올해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로 꼽히면서 인수 희망 기업들이 치열한 인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대우조선해양
자금 동원력 - 시너지 효과의 결합 ‘유리한 고지’

현대중공업 “조선 세계1위” 전문기업 부각 전략

한화그룹, 외환-하나銀과 컨소시엄 카드로 승부

최근 주가하락… 입찰가 조정 놓고 두뇌싸움 치열

포스코와 GS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전격적으로 손을 잡음에 따라 올해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最大魚)로 꼽히던 대우조선 인수전이 중요한 국면전환을 맞았다.

자금 동원 능력이나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강점을 보여 온 두 기업이 연합한 만큼 또 다른 인수 희망 기업인 한화그룹이나 현대중공업이 전세를 역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승부’가 끝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현대중공업-한화그룹 완주 계획

지난해 말부터 인수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시한 포스코는 대우조선을 인수해 세계 초일류 철강 및 조선 그룹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사내(社內) 유보금이 22조 원에 이를 만큼 재무 상태가 좋아 자금 동원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GS그룹도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GS건설이나 GS칼텍스 등과 연계해 각종 플랜트 수주나 석유 자원 개발을 능동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대우조선의 주요 고객인 해외 메이저 정유사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대우조선을 M&A했을 때 생기는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다. GS도 신중한 경영 문화 특성상 ‘베팅’을 세게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일반적인 관측이 많아 고민이 적지 않았다.

나름대로 고심하던 포스코와 GS로서는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손을 잡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하고 막판에 극적인 연합을 이뤘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나 한화그룹은 두 회사가 연합하더라도 이번 인수전에서 끝까지 완주할 계획이다. 포스코와 GS 사이에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어 나중에 결별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인수전에 끝까지 참가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은 인수전 막판까지 “세계 1위 조선업체인 만큼 대우조선 인수 후 시행착오 없이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역설할 계획이다.

대우조선 인수로 국내외적으로 독과점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법률적 검토를 거쳤고, 구조조정 가능성을 우려한 대우조선 노조의 반발은 노사 평화를 정착시킨 경험이 있는 기업이라는 답변으로 대응키로 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을 향후 그룹을 대표하는 최고 회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대우조선 임직원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서 2017년에는 연간 매출 35조 원 규모의 세계 1위 조선 및 해양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은 자금 동원 능력에 대해서는 대한생명 주식 매각과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등을 인수 컨소시엄에 끌어들이는 ‘깜짝 카드’로 맞대응하고 있다.



○ 윤곽이 드러난 ‘짝짓기’

포스코는 당초 대우조선 인수 의사를 밝힐 때부터 해운이나 에너지 업체를 컨소시엄 구성 업체로 영입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SK에너지와 대한해운 등 국내 몇 개 기업을 컨소시엄에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무적 투자자로는 유럽계 은행 1곳과 접촉해 1조 원가량의 해외 자금을 유치하는 데 합의했다. 국내 은행권에서는 신한과 우리은행을 투자자로 확보했다.

GS그룹은 중동계 석유 자본을 이번 인수전에 끌어들였다. 대우조선이 건조하는 유조선이나 해양 플랜트를 실제로 구매하는 고객들인 만큼 인수 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복안에서다. 또 국내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과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포스코와 GS가 연합한 만큼 두 회사 컨소시엄은 경쟁 컨소시엄을 압도하는 자금력과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자체 사내 유보금이 많아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지는 않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공동 인수자로 참여시킬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그리스 명예 총영사라는 점을 활용해 그리스 해운 기업을 투자자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가 세계 최대 선박 발주국인 만큼 대우조선이 향후 선박을 수주할 때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또 국내 은행권에서는 외환, 하나은행과 농협을 투자자로 끌어들여 자금력을 키웠다.

○ 다른 변수는 뭐가 있나

재계에서는 한때 대우조선의 ‘몸값’을 1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최근 주가 하락과 금융시장 경색으로 요즘에는 절반 수준인 5조∼6조 원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몇 달 전만 해도 4만8000원대였던 대우조선 주가는 9일 1만9150원으로 떨어져 시가총액이 3조6651억 원으로 줄었다.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가 파는 대우조선 전체 지분의 50.4%에 경영권 프리미엄 100%까지 붙여도 4조 원이 안 된다. 인수 희망 기업들로서는 입찰가를 낮춰 쓸 수 있는 명분이 생긴 셈.

여기에다 포스코와 GS의 전격 제휴로 인수 경쟁이 다소 완화된 점도 입찰가를 낮출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산은이 최근 “입찰가가 기준에 미달하면 유찰시킬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여서 이들 기업이 마냥 낮춰 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일부 기업은 총수가 인수전 막판에 세게 ‘베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우조선 노조가 최근 위원장 선거로 강성으로 바뀐 것도 이번 입찰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유찰 안되면 23, 24일경 우선협상대상자 결정▼

13일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본입찰 신청이 마감되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평가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대우조선 최대 주주이자 매각 주간사회사인 산업은행은 우선 자체적으로 마련한 평가 기준에 따라 입찰 신청서에 나오는 내용을 검증할 예정이다.

평가 기준은 보안 사항이지만 시장에서는 인수금액, 인수 뒤 시너지 효과, 자금 건전성, 고용 안정 계획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은 이번에 입찰 신청서를 제출한 컨소시엄과 기업들에 대한 평가와 검증에 열흘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산은이 평가 과정에서 입찰 가격이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유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찰 없이 정상적으로 매각이 진행되면 23일이나 24일경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힌 컨소시엄 또는 기업은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실사(實査)를 통해 기존의 가치 판단이 맞는지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신청서에 써낸 가격이 다소 조정될 수도 있다. 과거 대우종합기계나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서도 최종 가격이 본입찰 신청 당시 가격보다 소폭 낮춰진 바 있다. 산은은 이 과정을 통해 적어도 올해 안으로는 최종 매각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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