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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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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英-佛-伊등 정상에 전화 ‘공동 보조’ 요청
“주가폭락 방치땐 세계경제 공멸” FRB등 초강수
英등 공적자금 투입 은행시스템 붕괴막기 안간힘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시장 안정을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의 중앙은행은 글로벌 증시 폭락세가 이어지자 8일 일제히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또 미국과 유럽 각국은 자금시장에 돈이 돌도록 만들기 위한 초강수 조치를 잇달아 발표했다. 영국은 은행권에 대규모 구제금융 투입을 결정했고, 미국은 중앙은행이 기업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이번에 나온 일련의 조치들은 미국과 유럽 정책당국이 시장에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해 내놓은 것이지만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혼조세를 보이는 등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 전 세계 시장기능 회복 위한 공조
구제금융안 통과 뒤에도 시장이 불안해하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7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통화를 했다. 부시 대통령은 상호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공동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세계 각국은 8일 전격적인 금리 동시 인하 조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주요국의 금리 동시 인하 조치는 주가 폭락의 공포를 방치하면 세계 경제가 공멸할 수 있다는 공동의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당초 저금리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6월 이후 금리 인하를 꺼려 왔다. 하지만 이제 더 지켜볼 순 없다고 판단하고 나선 것. 앞서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전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다양한 조치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나타냈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 전했다. 당장 미국 정부의 7000억 달러 구제금융 조치가 주가 폭락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조치들이 각국 정부의 경제 살리기 의지만큼은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미쓰비시 UFJ 은행의 통화전략가인 데릭 핼페니 씨는 “이런 사태엔 묘책(silver bullet)이 없다”면서도 “유럽 각국의 조치들은 정책당국이 점점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 미국과 유럽의 긴박한 움직임
FRB는 금리 인사에 앞서 7일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이나 은행들이 자금 조달 목적으로 발행하는 CP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에 한해서만 유동성을 지원했던 FRB가 기업을 상대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최근 자금시장 경색으로 머니마켓펀드(MMF)의 CP 매입이 급감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줄이 막히자 FRB가 나서 국민 세금으로 CP에 투자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 미국 내 단기자금시장 상황이 심각할 정도로 위기에 처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재원은 재무부가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예치하는 자금으로 조달할 예정이지만 정확한 기금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의 금리 인하 공조 외에도 은행 시스템의 붕괴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의 앨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은 7일 주식 시장이 열리기 직전 공적자금을 동원해 HSBC, 스탠더드차터드, 바클레이스 등 8개 대형 금융기관의 자본을 늘리기로 했다며 500억 파운드(약 122조 원)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이들 금융기관에 자본을 투입하고 그 대가로 우선주를 취득한다. 정부가 금융기관들의 지분을 취득하는 ‘부분 국영화’인 셈이다.
또 영국 정부는 서로 자금을 빌려주기를 꺼리는 금융기관 간의 불신을 해소하고 대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 2500억 파운드를 제공하는 특별 대출보증기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스페인 정부도 이날 금융시장 지원을 위해 300억 유로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정부는 “이 펀드는 필요할 경우 500억 유로로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도 국민 세금으로 은행 지분을 취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