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1위안 122원→202원…中교민 “살인적 환율” 아우성

  • 입력 2008년 10월 9일 02시 59분


홍콩 투자자 시위 홍콩 투자자들이 현지 은행의 잘못된 정보 제공으로 막대한 손실을 봤다면서 8일 입법의회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기준금리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8% 이상 하락했다. 홍콩=AFP 연합뉴스
홍콩 투자자 시위 홍콩 투자자들이 현지 은행의 잘못된 정보 제공으로 막대한 손실을 봤다면서 8일 입법의회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기준금리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8% 이상 하락했다. 홍콩=AFP 연합뉴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환율 때문에 중국에 있는 한국인들이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1년 새 중국 위안화 대비 한국 돈의 가치가 무려 40%나 떨어지면서 중국에서의 체감생활비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인 교민 사회에서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 몇 달간 더 지속된다면 중국 사업을 중단하거나 유학을 중도에 포기하는 한국인 유학생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년 새 원화가치 40% 폭락=한국에서 남편이 송금해 주는 돈으로 베이징(北京)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정모(45·여) 씨. 정 씨는 8일 오전 은행에서 100만 원을 중국 돈으로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은행이 바꿔 준 중국 돈은 4720.58위안. 1년 전인 지난해 10월 8일 바꾼 7625위안보다 약 40%가 줄었다. 한 달 전에 바꾼 5804.87위안보다도 20% 이상 줄어든 금액이다.

1년 전 중국 돈 1 위안은 한국 돈 122원꼴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중국 돈 1 위안은 202원까지 치솟았다.

게다가 한국 돈을 중국 돈으로 바꾸려면 은행 수수료까지 추가로 내야 한다.

▽체감생활비 급등=중국에서 아들 2명이 유학하고 있는 문모(47)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지난해 200만 원을 약간 상회하던 자녀의 유학비가 올해 350만 원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빠듯한 월급에 한 달 350만 원의 지출은 쉽지 않다.

지난해 1인당 3000위안씩 쓰던 용돈을 4000위안으로 올려 줬을 뿐 나머지 학비 등은 10% 안팎밖에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환율이 크게 치솟으면서 실제 한국에서 들어가는 비용은 1년 새 무려 70%나 올랐다.

베이징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J 씨는 요즘 울고 싶다. 올해 7월 이후 손님이 30% 가까이 줄더니 최근엔 1년 전 대비 매출액이 50%나 줄었다. 특히 주부가 많이 오는 점심시간대 손님은 60∼70% 줄었다.

중국에서 주재하는 회사원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50∼55위안이던 김치찌개나 비빔밥은 예전엔 한국 돈으로 6000∼7000원 정도였지만 이제는 1만 원 이상짜리 고급 음식이 됐다. 심지어 30∼35위안인 라면이 6000∼7000원짜리라고 생각하면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학부모들은 시간당 70∼100위안씩 하던 중고교생들의 중국어 과외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판이다. 시간당 200위안인 영어 과외는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재중국한국인회 김희철 회장은 “최근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투자 계획을 포기하거나 사업을 중도에 접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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