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가치를 상품에 반영”
마케팅전사 사내 양성소
가정방문-상품기획 체험
기발한 아이디어 쏟아져
글씨를 휘갈겨 쓴 A4 용지가 덕지덕지 붙은 벽면. 음료수와 잡지가 어지럽게 널린 책상. 그림을 그리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 삼삼오오 토론을 벌이는 사람 등 모두 제각각이다.
최근 기자가 찾은 경기 평택시 진위면 LG전자 러닝센터 ‘인사이트 스쿨(Insight School)’의 첫인상은 ‘무질서 속의 자유로운 창의’였다.
교육 담당자인 러닝센터 천보영 과장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다양한 외부 자극과 자유로운 환경에서만 나올 수 있다”며 “수업 중에 장난감이나 레크리에이션 등을 동원해 창의적인 생각을 돕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자사(自社)의 ‘마케팅 칼리지’ 내에 설치한 인사이트 스쿨은 “고객가치를 상품에 반영하라”는 기치 아래 마련된 사내(社內) 교육 과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초 남용 부회장이 사령탑에 오르면서 제조회사에서 마케팅 회사로의 변신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이곳은 고객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마케팅 역량을 키우기 위한 LG전자의 야심 찬 인력양성 공간인 셈이다.
인사이트 스쿨은 7월 1기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한 뒤 9월 29일∼10월 1일 사실상 첫 공식과정으로 14명을 교육했다.
주로 LG전자 마케팅팀에서 상품기획 실무를 맡고 있는 수강생들은 이 교육과정에서 3, 4명씩 팀으로 나눠 고객의 요구가 가장 잘 반영된 상품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과정을 A부터 Z까지 경험했다.
수강생들은 먼저 리서치회사 인턴사원으로 가장한 채 인근 가정을 찾아 3시간 가까이 고객 관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미디어본부의 김상태(38) 차장, 권준혁(32) 김용현(32) 대리로 이뤄진 1팀은 “수납공간이 부족하다” “계란을 넣어둘 경우 위생 문제가 걱정된다” “아래쪽 야채칸 이용이 불편하다” 등 냉장고에 대한 고객의 불만사항을 꼼꼼히 체크했다.
이 팀은 토론을 통해 모두 16개의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이를 바탕으로 ‘EZ도어 냉장고’ ‘쑥쑥 쏙쏙 냉장고’ ‘안심 냉장고’ 등 세 가지 상품 콘셉트를 제출했다.
김 차장은 이 교육에 대해 “고객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떻게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어떻게 상품화하는지를 배우는 매우 흥미로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팀에서는 주변 소음을 측정한 뒤 최적의 ‘홈시어터’ 음향 수준을 알려주는 ‘사운드체크(Sound Check)’와 PC, 게임기, DVD플레이어 등 TV 연동 디지털 기기들을 모두 연결하는 ‘브리지 펑크션(Bridge Function)’ 등의 상품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실무교육 강사인 박미영 인사이트마케팅팀 책임연구원은 “고객의 잠재적 니즈를 파악하려면 설문조사 등 수치를 다루는 정량(定量) 조사 외에도 고객 관찰 등 정성(定性) 조사가 필수”라며 “인사이트 스쿨은 수강생들이 가정 방문에서 상품 기획까지 스스로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평택=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