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형화 ‘태풍’

  • 입력 2008년 10월 4일 03시 00분


부실한 곳 인수땐 지점설치 확대 인센티브

지역은행 속속 매물로… 시중銀도 저울질

최근 상호저축은행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전국 영업망을 갖춰 나가는 등 저축은행업계에 대형화 바람이 불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은 1일 “KTB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이뤄 전북의 고려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미 부산저축은행은 지난달 말 KTB투자증권과 함께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한 바 있다.

또 서울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최근 충북 소재 중부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의 M&A가 활발해진 데에는 금융당국의 정책 변화가 한몫했다. 금융위원회가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정상화하는 기업에는 영업구역 이외 지역에도 지점을 낼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공포한 것. 기존 법령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등록한 영업구역 밖에서 영업을 할 수 없다.

시행령 개정으로 부산저축은행은 대전저축은행, 고려저축은행 인수를 계획대로 마무리한 뒤 영업구역과 무관하게 8개 지점을 더 열 수 있게 된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도 중부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지점 3곳을 새로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축은행들이 업계 안에서 자율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라며 “M&A를 추진하는 저축은행들이 더 있어 금융시장 불안이 줄면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현재 HK저축은행, 예한울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와 있으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이하인 몇몇 저축은행도 역시 M&A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들과 대기업들이 저축은행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저축은행의 대형화는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시중은행은 예한울저축은행에 인수의향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화그룹은 경기지역 새누리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제일화재를 6월에 인수했으며 이 저축은행의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유상증자를 할 예정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PF대출 비중이 낮고, 지점이 많은 저축은행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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