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 4년만에 ‘마이너스’

  • 입력 2008년 9월 6일 02시 58분


《물가 상승과 고용 부진이 겹치면서 올해 2분기(4∼6월) 민간소비가 4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5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08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1분기보다 0.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04년 2분기(―0.1%)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7월 말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를 발표하면서 민간소비가 1분기보다 0.1%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둔화 폭이 0.1%포인트 더 확대돼 소비 부진의 골이 예상보다 깊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 의료보건 서비스 소비는 늘었지만 가정용 전기기기, 의류, 신발 등 내구재 등의 소비가 부진했다.

정영택 한은 국민소득팀장은 “물가가 많이 오르고 고용 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이자를 갚느라 소비 여력도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인 660조 원으로 늘었고, 일자리 증가폭은 7월까지 5개월 연속 20만 명을 밑돌고 있다.

3분기(7∼9월)에도 민간 소비가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재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 늘었지만 가격 인상 전에 자동차를 사려는 선(先)수요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는 운수장비 투자가 감소했으나 기계류 투자가 늘면서 1분기보다 0.9% 늘었다. 건설투자는 1.0% 감소했다.

국민소득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1분기보다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소득 여건이 나아졌다. 유가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이 수출 가격에 본격적으로 포함되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질 GDP는 1분기보다 0.8%,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성장했다. 상반기 성장률은 5.3%로 집계됐다. 이는 7월 말 발표된 속보치와 같다.

2분기 총저축률은 1분기(30.4%)보다 1.5%포인트 높은 31.9%로 집계됐다. 소득 지표인 명목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3.8%)이 지출 지표인 민간과 정부의 명목 최종소비지출 증가율(1.7%)을 넘어서면서 저축률이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실질 GNI가 증가세로 돌아선 점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소득증가율이 소비지출을 앞서고 저축률이 높아지는 추세가 계속되면 장기적으로 소비여력이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