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빅3’ 시련의 계절

  • 입력 2008년 7월 31일 02시 55분


고유가 여파 7월실적 최악… 리스사업 중단 등 몸부림

고유가와 경기 침체 여파로 미국 자동차 시장의 판매 실적이 최근 15년 내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 업체는 리스 사업 중단 등 사업 구조조정과 감원으로 경영 위기에 대응하고 있지만 결국 파산의 길을 걸을 가능성도 있다는 암담한 전망까지 제기됐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은 소비 침체 영향으로 자동차 리스 시장마저 흔들리면서 7월에도 자동차 시장의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제시 톱락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는 29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7월 미국 자동차 시장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 전문 조사업체인 JD파워도 “7월이 1992년 이래 최악의 한 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1년 안에 판매가 회복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JD파워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자동차 업체의 판매는 최근 15년 내 최악의 상태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이처럼 자동차 판매 실적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고유가로 인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3사는 대형차, 픽업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으로 시장을 공략해 왔지만 유가가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이 연료소비효율이 좋은 일본산 소형차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

미 자동차 빅3는 단일시장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북미 자동차 시장에서 꾸준히 50% 이상의 점유율을 지켜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계속 점유율이 떨어져 올 5월 점유율은 44.4%로 최저치였다. 반면 일본산 자동차 점유율은 42.5%로 처음으로 40%대를 넘어섰다. 구조조정에 나선 미 자동차 업계는 잇따라 리스 사업을 중단하고 있다.

포드는 이날 픽업트럭과 SUV에 제공해 오던 리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GM의 금융자회사인 GMAC도 최근 캐나다에서 리스 사업을 접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크라이슬러는 25일 자회사인 크라이슬러파이낸셜을 통한 오토 리스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빅3’의 미국 지역 매출 중 20% 정도가 리스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뜩이나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자동차 업체의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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