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윈도]‘착한옷’ 발빠르게 변신중,가격도 발빠르게 올리나

  • 입력 2008년 6월 27일 03시 12분


2000년대 초반 대학생들은 남녀 구분 없이 면바지에 체크무늬 셔츠, 니트 소재로 된 조끼만 깔끔하게 입으면 남부러울 것 없이 캠퍼스를 거닐 수 있었습니다. 적당한 가격에 튀지 않으면서도 유행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무난한 패션’이어서 이런 옷들은 ‘착한 옷’으로 불렸죠.

당시 대학생들이 많이 입었던 ‘마루’, ‘지오다노’, ‘TBJ’, ‘니(NII)’, ‘1492마일즈’, ‘클라이드’ 등 이른바 ‘이지캐주얼’ 브랜드가 착한 옷으로 인기였습니다.

요즘 대학 캠퍼스에는 컬러풀하고 몸에 붙는 스타일의 셔츠로 멋을 낸 남학생들이나 화려한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학생들이 많아졌더군요. 얼마 전 백화점에 가보니 이지캐주얼 매장은 전보다 눈에 띄게 줄었고요. 그 많던 착한 옷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이지캐주얼 매출은 2006년보다 5% 줄어드는 등 매년 감소 추세라고 합니다. 현대백화점 미아점은 연초 이지캐주얼 매장 크기를 각각 116m²(35평)에서 83m²(25평)으로 줄였다고 해요. FnC코오롱은 ‘1492마일즈’를 없앴고 이랜드는 국내에서 ‘헌트’를 철수하고 중국에서만 팔고 있습니다.

착한 옷이 점점 외면받는 데 대해 패션 전문가들은 “요즘 젊은이들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화려하고 개성 있는 옷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대부분 비슷한 디자인의 이지캐주얼 브랜드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소비자들이 식상함을 느끼게 됐다는 거죠.

이 때문에 이지캐주얼 브랜드들은 더욱 트렌디한 디자인을 앞세운 ‘스타일리시 캐주얼’ 브랜드로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폴햄’을 생산하는 에이션패션은 ‘엠폴햄’을, ‘UGIZ’를 가진 휴컴퍼니는 ‘어스앤댐’을 각각 선보였습니다. 중성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지오다노는 ‘지오다노 힘(HIM)’, ‘지오다노 허(HER)’ 등 남녀의 특성을 살린 하위 브랜드를 내놨고요.

최근 ‘자라’, ‘갭’, ‘유니클로’ 등 해외 SPA(생산부터 소매유통까지 직접 맡는 패션회사) 브랜드가 인기입니다. 국내 패션업체들도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들의 기대를 발 빠르게 알아준다면 좋겠네요. 여기에 가격까지 합리적이면 진정 ‘착한 옷’이겠죠.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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