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브릭스 안되는 요놈, 불합격”

  • 입력 2008년 6월 19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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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신선식품 담당 최학묵 바이어(왼쪽)가 ‘패션’ 품종의 수박을 맛보고 있다. 사진 제공 이마트
이마트 신선식품 담당 최학묵 바이어(왼쪽)가 ‘패션’ 품종의 수박을 맛보고 있다. 사진 제공 이마트
대형마트들 “더 싸고 더 신선하게” 수박 계약재배 현장 따라가보니…

비닐하우스로 온도 - 수분 흡수 조절하고 감독

맛 없으면 환불 - 농약검사 강화 등 매출 안간힘

“수분이 너무 많아서 맛이 밍밍하네. 좀 더 달아야 할 텐데….”

16일 충남 논산시 외곽의 한 수박밭에서 이마트 신선식품담당 최학묵 바이어가 수박을 쪼개 맛을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최 바이어는 3통의 수박을 더 쪼개 휴대용 당도측정기로 당도를 재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수박들은 이마트 매장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3000여 통의 수박이 옆쪽으로 밀려났다. 4통 중 3통의 당도가 기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 수박들은 도매시장에서 경매에 부쳐진다.

○ 농가-대형마트 계약재배

그가 쪼갠 4통의 수박 가운데 3통의 당도는 10브릭스(Brix), 1통만 11브릭스였다. 1브릭스는 물 100g에 설탕 1g이 녹아 있는 것만큼 달다는 뜻이다.

1브릭스 차이지만 직접 맛을 보니 단맛이 확연히 달랐다. 최 바이어는 “당도가 낮은 수박은 매장에 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닐하우스에서는 아이 머리만 한 크기의 수박이 자라고 있었다. 껍질 전체가 검은 수박인데 ‘패션’이라고 불린다.

잘 알려지지 않은 품종이지만 이마트와 농가의 계약재배로 이마트가 모두 매입하게 되면서 재배의 길이 트였다. 논산농산물수출물류센터 윤대권 상무는 “패션은 일반 수박보다 달고 씨도 없어 부가가치가 높지만 인지도가 낮아 그동안 재배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비닐하우스 사이의 도랑에는 모두 비닐이 덮여 있었다. 수박 뿌리가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수박 뿌리가 물을 너무 많이 빨아들이면 수박이 무르거나 당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날씨가 너무 더우면 대형 선풍기를 돌려 비닐하우스 안의 더운 공기를 빼내 속이 과도하게 익는 것을 막기도 한다.

윤성수(48) 씨는 “수박을 잘 재배해도 판매할 일이 걱정이었는데 계약재배를 한 다음부터는 품질 좋은 수박을 생산하는 데만 신경 쓰면 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 여름철 대형마트는 ‘수박전쟁’

수박은 여름철 대형마트의 영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품목이다.

월매출만 최대 100억 원에 이르는 데다 수박을 사러 온 소비자들이 다른 상품까지 함께 사는 시너지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은 수박 값을 조금이라도 더 내리기 위해 경쟁한다.

롯데마트는 산지마다 수박에 조예가 깊은 협력업체 직원을 두고 있다. 수분이 너무 많거나 당도가 떨어지는 수박을 산지에서부터 골라내는 등 3단계의 품질검사를 거친 수박만을 매장에 선보인다.

이마트는 11브릭스 이상의 수박만 매장에 올리고 고객이 맛이 없다고 하면 꼭지만 들고 와도 환불해 준다. 신세계상품과학연구소에서 138가지 농약검사를 해 잔류농약을 하나라도 발견하면 들여온 수박을 전량 폐기한다.

홈플러스는 이모작 수박 가운데 먼저 재배된 수박만 판다. 좋은 제품을 고르기 위해 수박 산지도 10∼15일마다 바꾼다. 판매한 수박이 10브릭스에 미치지 않으면 환불해 준다.

논산=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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