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펑펑’ 20대… 건강식품에 약한 60대

  • 입력 2008년 6월 3일 02시 55분


경영관리직 종사자 63.51점으로 가장 높아

주부들 알뜰 소비 애는 쓰지만 지식은 부족

■ ‘합리적 소비자 역량지수’ 60점 낙제 수준

20대 직장인 A(여) 씨는 ‘명품 대폭 할인판매’라는 제목의 e메일을 받은 뒤 인터넷쇼핑몰을 찾아 핸드백을 주문했다. 대금은 85만 원. 배송이 늦어져 불안했지만 쇼핑몰 사업자는 “인기 제품이니 조금만 기다리라”며 달랬다. 기다리다 못한 A 씨가 환불을 요청하자 사업자는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당신은 필요한 물건을 적정한 값에 사며, 충동구매는 하지 않는 합리적인 소비자인가.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1165명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 역량지수’를 2일 발표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평균 지수는 낙제점에 가까운 60.8점(100점 만점)이었다.

○ 소비습관 교육 시급

연령별로는 20대의 소비자 역량이 57.25점으로 가장 낮았다. 30대는 61.98점, 40대는 64.08점, 50대 이상은 63.31점이었다.

20대는 특히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할 때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가맹점 상호, 가격을 확인하고 서명하는지’에서 5점 만점에 2.42점으로 전체 평균(3.14점)보다 뚝 떨어진 것. ‘인터넷쇼핑몰의 거래약관을 주의 깊게 읽는다’에 대한 점수도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서울대 김난도 소비자아동학부 교수는 “20대는 텔레비전 홈쇼핑 인터넷 등을 통해 과도한 소비욕구를 키워온 계층”이라며 “학교와 가정에서 합리적인 소비습관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년층은 건강식품에 대한 허위, 과장광고 및 방문판매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노인 B(여) 씨는 3월 노인정을 찾은 방문판매원으로부터 ‘무료 관광을 시켜준다’는 말을 듣고 버스에 올랐다. 판매원은 노인들을 건강식품 홍보관에 데려가 “태반주사가 건강에 좋다”며 설득했고 B 씨는 신용카드로 60만 원을 긁은 후 두 상자를 가져왔다. B 씨가 일주일 후 반품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전체 응답자 중 70.6%가 ‘방문판매로 물건을 샀을 때 14일 이내에 반품이나 교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만 55세 이상 노년층에서는 그 비율이 65.4%로 떨어졌다.

○ 저소득층, 저학력층 점수 낮아

소득별로는 월 200만 원 이하 저소득층이, 학력별로는 고졸 이하 저학력층의 점수가 낮았다. 복잡한 상거래에 노출되지 않는 농민 계층도 낮은 편. 반면 경영관리직 종사자가 평균 63.51점으로 가장 높았다.

주부는 ‘합리적 소비’에 대한 열망은 강했지만 지식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취약 집단에 대한 소비자 교육을 강화해 역량지수를 중장기적으로 80점까지 올릴 계획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소비자 역량지수::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거래하고(거래역량)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하며(소비자주의 역량) △자산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재무역량)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 것. 이번에 처음 조사했으며 50개 질문을 던져 소비자가 필요한 지식을 알고 있는지, 바람직한 태도를 실천하는지를 나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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