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20일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17대 국회 막판 비준’이라는 극적인 반전을 노렸지만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정치 이슈로 이어가려는 통합민주당의 ‘재협상’ 요구 카드에 무릎을 꿇었다.
한나라당에서는 “임시국회에서 한미 FTA를 처리하겠다는 구상 자체가 무리였던 데다 쇠고기 수입 협상의 문제점들이 드러나는 바람에 애초부터 힘에 부쳤다”는 자성론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한미 간 추가 협의가 비판 일색이던 쇠고기 수입 문제는 물론 18대 국회 초반의 한미 FTA 비준 동의를 앞두고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여권은 “내용상 더 이상의 추가 협의는 필요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조만간 쇠고기 논란과 한미 FTA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해 여론에 호소하고, 한나라당이 쇠고기와 한미 FTA 홍보전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그런 판단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나라당은 이런 흐름을 살려 18대 국회 초반에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차기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유력한 홍준표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제일 먼저 해결할 일은 한미 FTA 비준 문제다. 우리가 살 길은 무역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이 대통령이 의회 과반수 여당을 배경으로 하반기 국정 운영에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밑바닥까지 추락한 여론도 호의적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여권의 전망이다.
청와대가 18대 국회 개원 뒤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소폭의 인사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대통령의 정국 주도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구상의 일환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여권의 이 같은 정국 운영 구상은 쇠고기 파동의 불씨를 계속 살려 나가려는 민주당의 거친 정치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18대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구성에 협조하지 않음으로써 한나라당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최재성 원내 대변인은 “18대 국회에서 소수 야당이 될 민주당에는 마땅한 수단이 제한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장외투쟁을 포함한 비상한 수단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원 구성 문제에 연계해 의도적으로 18대 국회 개원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나 오히려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예상한다. 17대 국회 개원 때처럼 원 구성이 한 달 이상 지연되면 ‘야당의 발목 잡기’라는 비판적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는 얘기다.
관건은 여론에 달려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쇠고기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이명박 정부 첫해 야당의 에너지원으로 삼으려는 민주당과 쇠고기 불씨를 끄고 정국 주도력을 회복하려는 여권 사이에 치열한 여론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