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동해시 ‘LS전선 공장 유치’ 두 주역

  • 입력 2008년 4월 29일 02시 59분


《“전례를 찾기 힘든 기록적인 일이다.” LS전선이 강원 동해시에 짓는 국내 첫 해저 전력케이블 공장을 위해 강원도와 동해시가 산업단지 조성과 공장건설 허가에 이르기까지 통상 2년이 걸리는 전 과정을 단 3개월 만에 처리한 사실이 알려지자 기업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본보 28일자 A1면 참조
2년 걸리던 공장허가, 석달만에 OK

이 같은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적)’ 행정 사례를 만들어 낸 김진선 강원지사와 김학기 동해시장을 28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기업의 시간을 뺏지 말아야

공무원 변하니 경제가 꿈틀”김진선 강원지사

“기업에는 ‘시간이 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전국 어느 곳보다 빠른 속도로 공단 설립과 공장 허가 절차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김진선(사진) 강원지사는 지난해 말 구자열 LS전선 부회장을 직접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김 지사는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공장 용지 결정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최고경영자(CEO)끼리 직접 만나 약속 이행을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올해 4월 말까지 강원도와 동해시 공무원들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뛰었다. 그 결과는 30일 LS전선 공장 건설을 위한 기공식으로 이어졌다.

김 지사는 “‘기업 하기 좋은 강원도’를 만들기 위해 수년째 애를 써왔다”며 “중앙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제도를 내놓았지만 그것만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기엔 부족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공무원부터 변하려 했습니다. 되고 안 되는 것은 공무원들이 하기에 달려 있다고 보고 생각과 행동이 변화하도록 했죠.”

김 지사는 토지, 물류, 인력, 금융 등 기업의 처지에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챙겼다. 무엇보다 ‘기업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시간’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애를 썼다고 했다. 특히 시간을 끄는 행정 사례를 찾아내 반복적으로 교육시키고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동해시 송정동의 토지 소유자들에게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지역이 살 길”이라는 논리로 설득했다. 소유자들이 과도한 요구를 하면 모두가 손해를 본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수도권 규제가 심해 외국으로 이전한다고 한다”며 “이번 사례를 통해 강원도가 기업 하기 좋은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역설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친환경-친기업 도시 만들기 출발점”▼

김학기 동해시장

“지방자치단체의 기업 친화적 노력에 동아일보가 관심을 가져줘 고맙습니다. LS전선 투자 유치는 친기업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동해시 만들기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김학기(사진) 동해시장은 관련 기사가 나간 28일 오전 동아일보 기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와 “동해시는 인구 8만의 작은 지방자치단체이지만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청정 도시인 스웨덴의 벡스에 시(市)처럼 기업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행정자치부 공무원 출신인 김 시장은 “중앙부처 공무원으로 느꼈던 일선 현장과 민선 자치단체장으로 느낀 현장이 너무 달랐다”며 “기업인들이 ‘정부의 규제 때문에 사업 추진을 매우 힘들어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과 동해시 공무원들이 이번 LS전선 투자를 유치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공장이 들어설 토지 소유자들과의 ‘일대일 협상’이었다고 한다.

김 시장은 “지역주민 1인당 총생산액이 3만 달러가 넘는 경북 포항시의 경우 포스코가 지역경제의 80%를 담당하고 있듯 앞으로 LS전선이 일자리 창출, 소득 증대, 인구 증가 등 동해시의 발전을 주도하는 성장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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