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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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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무렵 한국은 펀드 열풍이 전국을 휩쓸었다. 국내 펀드는 물론 해외 펀드의 화려한 수익률이 연일 언론에 보도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해외 펀드가 인기 상한가였다. 중국 펀드와 베트남 펀드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지도에서나 한 번 봤음직한 먼 나라에 투자하는 펀드까지 무려 50조 원 가까운 돈이 몰렸다.
지난해 10월 말 시장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을 때 한 유명 펀드를 사기 위해 두세 시간씩 줄을 서며 장사진을 이루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지만 불과 5개월이 지난 지금 정반대의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아침에 신문을 보기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온통 공포스러운 소식뿐이다.
미국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파산하고 씨티은행을 비롯해 쟁쟁한 금융회사들이 10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봤다고 속속 발표했다. 글로벌 경제가 1929년의 대공황 같은 불황을 겪을 수 있다느니, 미국이 1990년대에 일본이 겪었던 것과 비슷한 장기복합 불황에 진입할지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나왔다. 마침내 월가의 마지막 낙관론자라는 골드만삭스의 투자전략가 애비 조지프 코언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지구 반대편인 아시아도 형편은 비슷하다. 중국 상하이 증시는 추락을 거듭해 최고점 대비 거의 절반을 반납했고 인도 역시 비슷한 사정이다. 베트남은 정부가 증시 부양에 나설 정도로 상황이 절박하다.
한국도 사정이 별반 다를 게 없다. 객장은 썰렁하고 투자자들의 볼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본전 근처만 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펀드를 환매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투자 심리로 본다면 분명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은 환희 속에 사라지고 공포 속에 시작한다’라는 말이 요즘처럼 절실히 가슴에 와 닿은 적이 없다.
이상진 신영투자신탁운용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