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갤러리 측 “작품 국내에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가 삼성의 비자금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의 팝아트 작품 ‘행복한 눈물’은 특검 수사에서 홍라희 씨의 것이 아니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의 것으로 결론이 났다.
특검팀 관계자는 17일 “이 그림을 산 홍 대표가 홍라희 씨에게 구매를 권하기 위해 2차례 정도 그림을 보내준 적이 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며 “이 그림이 10여 일 동안 이 회장의 거실에 걸려 있었던 것 때문에 관련 의혹이 제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17일 “‘행복한 눈물’은 국내에 있지만 일단 내 손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경매사인 크리스티가 질권 설정을 해놓아 서미갤러리가 작품을 보관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 보관 장소는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티가 신용으로 자신에게 ‘행복한 눈물’을 팔았으나 김용철 변호사의 문제 제기 이후 자신의 신용에 불안을 느낀 크리스티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말 담보로 잡혔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 소유권은 우리에게 있는 만큼 사태가 빨리 해결돼 국내에서 팔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홍라희 씨가 ‘행복한 눈물’ 이외의 미술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한 돈은 이 회장의 개인 차명계좌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비자금이 아니라 남편인 이 회장의 삼성생명 차명 지분의 배당금 등으로 미술품을 구입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또한 홍 씨는 특검팀에서 “미술품을 구매할 때 그 대금을 구조조정본부 전용배 상무에게 지불하도록 연락했다”고 진술했다. 홍 씨는 그 돈이 자기 재산에서 결제되는 줄 알았을 뿐 다른 사항은 몰랐다는 얘기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