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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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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단 “특검, 삼성서 자유롭지 못해” 비판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한 김용철(사진) 변호사는 17일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에 큰 실망감을 보였다.
김 변호사는 이날 수사 결과 발표 후 “할 말이 없다. 내가 헛소리한 사람이 돼버렸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수사결과를 보고 말고 할 것도 없다”며 “너무 힘들어서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임직원 등의 이름을 빌려 만든 계좌를 통해 관리해 온 돈이 회사 돈을 빼돌린 비자금이 아니라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라고 결론이 났기 때문에 삼성 측이 김 변호사를 상대로 법적인 대응에 나설지가 주목된다.
그뿐만 아니라 분식회계나 정관계 로비 의혹도 모두 혐의가 없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김 변호사가 폭로한 내용 대부분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져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 변호사가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고 지목했던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 이종찬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임채진 검찰총장, 이귀남 대구고검장, 이종백 전 국가청렴위원장 등 5명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앞으로 혐의를 벗은 이들이 김 변호사를 상대로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의 책임을 묻는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김 변호사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17일 삼성 특검 발표에 실망하는 반응을 보였다. 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특검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삼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진실은 뇌물인데 이것을 떡값으로 에둘러 말해야 하는 현실에서 특검도 자유롭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불구속이나마 기소를 한 것은 과거에 비해 상전벽해의 변화이기는 하지만 결국 비자금 조성 등 핵심을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며 “있는 것을 있다고 말하지 못하는 현실이 비탄스러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의 반응은 엇갈렸다. 참여연대는 “비자금 조성과 불법 로비의 구체적인 증거와 증인을 외면한 전형적인 부실수사”라며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도 이미 밝혀진 범위를 넘지 않은 제한적 기소에 그친 온정수사”라고 비판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특검이 이건희 회장을 포함해 10명의 관계자를 불구속 기소하고 경영권 불법 승계도 밝혀낸 점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이라며 “법원 판결을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