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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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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삼양사와 SK케미칼이 양사의 일부 사업 부문을 떼어내 통합법인을 설립한 적이 있지만 그룹 차원의 자율적인 기업 통합은 극히 드문 일이다.
○ 그룹 차원의 민간 자율 통합
SK와 코오롱은 조만간 박장석 SKC(SK그룹의 화학섬유 계열사) 사장과 배영호 코오롱㈜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조인식을 갖기로 했다.
섬유업계의 오랜 맞수였던 두 회사는 미국과 일본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폴리이미드(PI) 필름 사업부를 분사해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세부 조율 작업을 진행 중이다.
PI필름은 휴대전화, 평판디스플레이(PDP) 등의 핵심 소재로 사용되고 있으며 활용 분야가 확대되면서 매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SKC와 코오롱은 2005년 PI필름 사업에 뛰어들어 충북 진천과 경북 구미에 각각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하지만 양사의 개별적인 생산 능력은 미국과 일본 기업의 40% 수준에 불과해 이들 기업과 경쟁하기 어려웠다. 두 회사 간 합작법인 신설이 이뤄지면 2000년 삼양사와 SK케미칼이 폴리에스테르 사업 부문을 합쳐 ‘휴비스’라는 회사를 설립한 이후 민간 자율의 기업 통합으로는 처음이다.
과거 군사정권 때나 외환위기 직후 이뤄졌던 기업 간 ‘빅딜’은 정부에 의해 반(半)강제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차이가 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당초 18일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조인식을 갖기로 했으나 세부적인 조율 작업이 남아 일정이 다소 연기됐다”고 말했다.
○ 고교 선후배 인연… 세부 조율 남아
이번 합작법인 설립 건이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 SKC 박 사장과 코오롱 배 사장이 먼저 만나 의견을 교한한 뒤 각자 그룹 회장에게 보고했다.
SK 최 회장은 보고를 받고 “한번 해보라”며 흔쾌히 힘을 실어줬고, 이 회장도 “그래, 이러면 되겠네”라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이 회장(52)은 최 회장(48)의 신일고 4년 선배로 평소에도 친분이 두텁다. 하지만 개인적 인연보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의기투합한 두 총수가 이후 연말 모임 등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의견을 교환하면서 협상은 급진전됐다.
두 사람이 이번에 쉽게 뜻을 같이한 데는 소재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국가적인 차원의 대승적 고려도 작용했다는 게 양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제계의 한 인사는 “재벌 2세 경영 체제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이번 SK와 코오롱 간의 합작법인 설립이 이뤄지면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클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간 통합 작업은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릴 수 있어 두 그룹 총수 간 ‘의기투합’이 막판까지 유지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