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땐 채권 등 안전자산, 인플레이션엔 원자재-금 유리

  • 입력 2008년 4월 16일 03시 01분


■ 5개 시중은행 PB들의 ‘경기상황 따른 투자전략’

요즘 한국의 경기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각종 경제관련 지표를 보면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기침체의 징후가 강해지고 있다. 더욱이 인플레이션도 고(高)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한국씨티 등 5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로부터 현재 한국의 경기상황에 대한 진단과 이에 맞는 투자 전략을 들어봤다.

○ 경기침체만 올 때는 단기로 안전자산에 투자

5명의 PB 중 4명은 현재의 경기상황과 관련해 “인플레이션보다 경기침체(혹은 경기둔화)가 더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4명 중 1명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징후도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송재원 PB는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조금 더 지속되면 원자재 등 실수요가 줄고 이들 자산에 투자하는 투기자금도 감소해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보다 경기침체에 맞춰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PB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한 경기침체 상황에서의 투자원칙은 확정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안전자산에 단기로 투자하는 것이었다. 증시가 급등락하는 시기인 만큼 여유자금을 투자형 상품보다는 단기 확정 금리형 상품에 넣어두고 새로운 투자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경기침체가 심화되면 경기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채권형펀드 투자도 고려할 만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금리가 인하되면 그만큼 채권가격이 올라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 경기침체 없는 인플레이션 때는 주식·실물 등 투자

물가가 오르면 돈의 명목가치가 떨어진다. 다시 말해 물건의 가격이 높아져 같은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이 적어지는 것이다.

하나은행 정희수 PB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피하기 위한 투자의 기본은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원자재 펀드, 부동산이나 금(혹은 금 펀드) 등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PB는 중국 인도 등 신흥 국가의 높은 수요 때문에 국제 원자재 가격은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실물자산의 가격은 급등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전체 자산투자 가운데 5% 내외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민은행 이정걸 PB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확정금리형 상품에 투자하면 물가상승률이 명목 수익률을 초과해 실질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며 “자산에서 확정금리형 예금상품의 비중을 줄이고 부동산, 주식 등 투자형 상품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송재원 PB도 “과거의 투자사례를 분석해 보면 성장성이 높은 기업의 주식 투자 수익률이 인플레이션 시기의 물가상승률을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 경기침체+인플레이션 상황일 때는 일단 관망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된다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므로 일단 현금 비중을 늘리고 관망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씨티 양혜성 PB는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이 어느 정도 진행될 것인가에 따라 투자 전략이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내년 이후까지 지속된다면 현금 비중이 전체 투자자금의 절반 이상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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