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무서운 상사’가 돌아왔다

  • 입력 2008년 4월 10일 02시 59분


‘팀워크 강조’ 일본식 조직 문화 부활

세계 최고의 자동차기업으로 꼽히는 도요타가 팀워크와 조직 체제를 강화해 과거 일본식 기업문화를 부활시키는 데 나섰다. 개인보다 조직, 성과보다 과정을 우선시하는 도요타의 변화에 일본의 다른 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다.

일본 시사주간 아에라 7일자는 도요타의 회사 조직 체제가 2007년부터 부서별 리더의 역할을 강조하는 ‘소집단형’으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1990년대 이후 수평적 기업문화 도입이 강조돼 온 일본에서 도요타가 시도한 이 같은 조직 개편에 대해 이 잡지는 ‘직장혁명’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한국어판도 발간된 ‘도요타 우직한 인재 만들기’(이노우에 히사오, 2007년)는 도요타가 상사와 평사원 관계, 나아가 선후배 관계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일본 기업에서 점차 사라지는 ‘무서운’ 상사를 도요타에선 찾아볼 수 있다는 것.

○ 미국식 조직 생산성 떨어져

도요타도 1989년 이전까지는 상하 관계가 뚜렷한 ‘피라미드형’ 조직을 유지해 왔다. 각 부서는 대개 부장-차장-과장-계장-평사원의 수직 관계로 구성됐으며 업무도 직책에 따라 구분됐다. 이 같은 유기적 조직 체제는 사원들의 충성도를 높이며 도요타가 세계적 자동차 기업으로 올라서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지나치게 수직적인 조직 구성이 의사소통을 지연시키고 개인의 역량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늘었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당시 다른 일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유럽 기업을 모델로 삼아 조직 체제를 ‘플랫형’으로 전환했다.

‘플랫형’ 체제는 각 부서의 차장, 과장 등 중간급 간부를 없애 부서장과 사원이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한 형태를 말한다. 성과를 내면 승진과 보너스 등 혜택을 받도록 하는 ‘성과주의’ 경쟁체제도 도입됐다.

아에라는 도요타가 이 같은 체제를 개편한 것은 이 체제의 부작용을 감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성과만 강조한 결과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회사의 조직력 와해와 생산력 저하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는 것.

이노우에 씨는 저서에서 ‘성과주의가 도입된 뒤 사원들은 달성하기 쉬운 목표만 설정하려는 경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다른 부서나 사원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 점도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나아가 이노우에 씨는 회사가 업무의 과정을 무시한 탓에 사원들이 ‘실패를 통해 얻는 교훈’은 전혀 배우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상사가 평사원들을 간섭하지 않고 선후배 관계도 멀어져 ‘사람을 통한 교육’도 어려워졌다.

○ 리더 중심 ‘소집단형’으로 재편

지난해 도요타는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자 부서장(그룹장)과 평사원 사이에 중간 책임자인 리더를 추가하고 조직을 ‘소집단형’으로 재편했다. ‘피라미드형’ 체제 당시처럼 중간 간부가 많아진 것은 아니지만 리더가 평사원을 직접 담당하고 관리하게 만들어 팀워크를 강조한 것이다.

아에라는 ‘소집단형’ 체제에 대해 ‘피라미드형과 플랫형의 장점을 결합해 인재 육성을 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 재편 이후 사원들 사이에 문제점 해결을 위한 논의와 학습이 활발해지고 업무의 효율이 높아졌다는 사내 보고서가 잇따랐다.

도요타는 최근 회식과 운동회 등 사외 활동도 장려하고 있다. 다양한 부서의 조직원들이 유기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각종 모임도 활성화했다.

자동차 업계 1위를 고수해 온 도요타가 이 같은 변화를 나타내면서 전반적인 일본 기업들의 기업문화가 과거 고도성장기의 형태로 유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에라는 도요타의 조직 개편을 눈여겨본 미쓰이물산 등 다른 기업도 ‘탈(脫)성과주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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