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한국 방일석 대표, ‘디지털 카메라의 감성’강조

  • 입력 2008년 3월 27일 03시 01분


《편안하고 나른한 아날로그 감성의 음악이 흐르는 TV 화면 속에 클로즈업된 배우 김태희의 얼굴이 등장한다. 웃는 얼굴, 삐친 얼굴, 쓸쓸한 얼굴, 장난기 어린 얼굴…. 다양한 감정을 담은 그녀의 스틸 사진이 한 장씩 지나간다. 그녀는 말이 없다.

다만 사진을 통해 모든 것을 표현할 뿐이다. 올림푸스한국이 이달 새로 선보인 ‘사진은 말을 한다’는 콘셉트의 디지털카메라(디카) 광고 장면이다.》

“한국형 모델로 블루오션 뚫을 겁니다”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올림푸스 한국 본사에서 “사진은 감성의 커뮤니케이션이다”라고 말하는 방일석(45·사진) 대표를 만났다.

방 대표는 초창기 국내 디카 시장에 전지현이 등장하는 ‘마이 디지털 스토리’라는 광고로 디카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디카 시장은 규모가 작아서 점유율을 늘리는 게 의미가 없었어요. 시장을 키우려면 먼저 디카가 ‘유행’해야 했죠.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광고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품) 기능은 자신 있었으니까요.”

당시 이 광고에는 카메라를 강조한 장면도, 기능에 대한 설명도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사진도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다’라는 공감대와 함께 ‘인물사진에 강한 올림푸스’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다.

올림푸스가 국내 사업을 시작한 2001년 11만 대였던 국내 시장은 2002년 60만 대, 2003년 100만 대로 성장했다.

2001년 2%에 불과했던 올림푸스의 시장점유율도 2002년 17%, 2003년 25%, 2004년 30%로 높아졌다.

올림푸스한국 법인의 사업을 안착시킨 방 대표는 2004년 아시아·중동 총괄사장에 이어 같은 해 일본 올림푸스 본사의 최연소(42세)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일본 본사에 선언했습니다. ‘한국에서 번 돈은 한국에 재투자하겠다’고요. 올림푸스(본사)에 보여주기 위한 성과가 아니라 올림푸스 한국의 성장 자체를 위한 성과를 내고 싶었습니다.”

방 대표는 2002년 설립한 자회사 오디엔케이(ODNK)를 통해 본사의 카메라 사업 및 광학 기술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한국형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왔다.

대부분의 외국계 연구개발(R&D)센터가 허울뿐인 것과는 달리 2005년에는 ODNK에서 개발한 메모리카드를 수출해 1억 달러 수출탑과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4시간 100% 무인(無人)시스템으로 가동되는 사진 인화 솔루션을 개발해 연 100억 원 규모의 매출도 올리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곧 중국에 수출될 예정이다.

현재 올림푸스한국은 2009년 완공을 목표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R&D센터 건물을 신축 중이다.

그는 “최근 디카 제품들은 카메라의 정체성을 잃고 MP3, PMP 등 다른 제품의 기능을 더 집어넣는 경쟁만 하고 있다”며 “하지만 올림푸스는 90년간 쌓아온 핵심기술인 광학기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놀라운 힘을 갖고 있어요. 때로는 모든 장면을 기록한 동영상보다 한 장의 스틸 사진이 더 많은 것을 기억나게 해주죠.”

그는 “디카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하지만 블루오션은 늘 레드오션 안에 있는 법”이라며 “차별화된 기술력의 ‘사진기’로서 승부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디카 문화’라는 개념을 만든 것은 올림푸스라고 자부합니다. 한국형 현지화 모델을 제시하는 원년이 되는 올해는 더 많은 성과를 이뤄낼 겁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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