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바닥’에 대한 두 가지 시선

  • 입력 2008년 3월 27일 03시 01분


코스피 5개월만에 7거래일 연속 상승

바닥? “외국인 최근 매수세… 유동성 풍부해져”

글쎄? “신용위기 지속… 美소비자지수도 불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증시가 모처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6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74포인트(0.28%) 오른 1,679.67로 거래를 마쳐 18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코스피지수가 7거래일 연속 오른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신용경색 사태가 일단 안정을 찾아감에 따라 한국 증시에서도 투자심리가 회복돼 주가가 오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반등세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 외국인들 매수세 회복 청신호

한국 증시를 둘러싼 최근의 상황 변화는 일단 긍정적이다.

먼저 미국의 상황이 차츰 개선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2월 기존주택판매지표는 7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서 미국 주택시장이 바닥권을 지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 미국 금융업종의 주가가 최근 저점 대비 20% 넘게 올랐고 국제 원자재 가격도 하락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완화되고 있다.

신흥시장에서 외국인의 ‘팔자’ 기세도 잠잠해졌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순매입(매입 금액에서 매도 금액을 뺀 것)했다. 4일간 순매입 규모는 6651억 원.

한국투자증권 이정민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신용경색 위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위험자산 비중을 다시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한국의 주가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신용경색 위기로 추가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하지만 투자자들은 FRB가 적극적으로 사태 진화에 나설 것으로 믿기 때문에 증시가 충격을 받아도 이전보다는 하락 폭이 작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미국 경기회복 확인돼야 본격 반등

그러나 전문가들은 증시가 완연한 반등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25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비자신뢰지수가 64.5로 5년 만에 최저치를 보이는 등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소비자신뢰지수가 하락한 것은 경기침체와 고용불안 등으로 미국인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뜻”이라며 “신용경색 위기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긍정적 지표보다 부정적인 지표에 무게를 두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은 3년째 계속 ‘팔자’세를 보이고 있어 단기적으로 순매입에 나섰다고 해서 외국인이 ‘사자’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주가 상승은 지나친 주가 하락의 반작용일 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증시의 향방은 미국 경기 관련 지표가 종합적으로 개선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가 가닥을 잡는 시기도 국내외 기업들이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하는 다음 달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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