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마리아 유작전, 포털아트에서 열려...

  • 입력 2008년 3월 18일 16시 39분


○ 생을 한가운데서 생을 불사른 화가 - 조마리아

우리나라 역대 최고화가로 평가 받고 있는 김종하 화백(91)의 부인 (故)조마리아 유작전이 지난 15일부터 포털아트(www.porart.com) 2층 전시실에서 열렸다.

그녀는 김종하 화백과 유럽에서 생활하면서 유럽 각국의 종교 미술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분석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전형적인 한국여성으로 조용한 성품의 풀잎 같은 모습의 여인. 어려운 역경을 살아오면서 어린 시절부터 시 또는 산문 등을 쓰며 일기장을 시커멓게 물들였던 여인, 그녀. 그녀가 바로 내 아내이다.”라고 김종하 화백은 말한다.

故 조마리아는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조부모님들과 소녀시절을 외롭게 보내야 했었다. 초등학교 마칠 무렵부터 영특함을 보인 그녀는 성인이 된 후 의학공부를 하여 국립병원에서 활동하였다. 그러던 중에 27세가 되어서야 나 김종하를 중매로 만나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늦은 결혼 생활의 단맛을 맛보기도 전에 결혼 3일 만에 알 수 없는 증상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1개월 만에 퇴원을 하였지만 후유증으로 3년간을 더 투병하여야만 했다. 그 후 그녀는 어느 교회의 목사와의 약속을 계기로 교회에 나가 열심히 기도를 했다. 그 덕택이었는지 그녀는 3년 후 완쾌 되어 하느님의 딸이 되었고 하느님의 품속에서 평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1980년에 남편인 김종하 화백을 따라 불란서 파리로 가게 되었고 3년 동안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 각국을 여행하며 본격적으로 그림을 연구하며 공부하게 된다. 그녀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기법을 사용하여 작품을 탄생시켰고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작품에 감탄했으며 파리소재 화랑가에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훌륭하다! 이 작품은 세상에 없는 오리지널 작품이다" 라며 박수를 보냈다.

그녀의 화법의 특징은 기도하며 그 기도에서 얻은 영감으로 그리는 것이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테마의 기법이기 때문에 호기심이 자극된다. 어느덧 그녀가 그린 그림의 수는 1200여 점이나 되었고 신기한 것은 한 장도 버리는 작품이 없었다는 것이다.

김종하 화백은 “그녀가 붓대를 들면 몇 시간씩 지속적으로 온종일 며칠이고 만족할 때까지 완성시킨다. 붓대를 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진지하고 온화해서 아름다웠다”라고 회상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갑작스런 고혈압 증상으로 인해 오랜 투병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수족이 마비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첼로를 연주하며 성가를 부르는 일, 그림을 그리는 일 모두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김종하 화백은 온 힘을 다해 지극정성으로 아내인 그녀를 보살폈다. 그 힘으로 인해서일까? 그녀는 왼손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첼로 연주는 포기했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포기하게 할 수는 없어 왼손의 신경을 살려 다시 그녀의 손에 펜을 들려주었다.

김종하 화백은 전시회를 기획하고 그녀에게 삶의 생명력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펜을 든 지 사흘 만에 오른손으로 그릴 때보다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 그는 “너무나 신기하고 꿈만 같은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 이것은 기도의 힘이요, 하느님의 능력이 아니고 무엇일까?”라고 말한다.

그 후 2000년에 명동 천주교 대성당이 있는 평화 화랑에서 첫 번째 작품전이 열렸고, 2003년에 두 번째 작품전이 또다시 열렸다. 제2회 작품전은 특수한 재료로 그린 아름다운 작품들이었다. 작품은 점점 선명해 가고 건강은 점점 쇠약해 갔다. 그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작업은 계속 되었다.

3번째 작품을 전시회를 준비하던 중 그녀의 생명을 지탱해주던 유일한 믿음인 신앙심을 잃게 되어 그림도 그리지 않고 식사도 소홀히 하며 몇 개월을 지내다 의지할 것 하나 없는 빈껍데기만 남기고 떠나버리게 되었다.

김종하 화백은 “내 아내가 하느님의 품으로 간 지 2주년, 이제야 포털아트에서 그녀의 마지막 소망이었던 제 3회 전시가 열려 만인에게 그녀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하늘에서 자신의 3번째 전시회를 보고 있을 것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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