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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3월 18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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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쁜 외환 딜러… “하루 30원 움직이기는 처음”
“4자리 환율이 돌아왔다.”
17일 오전 9시 3분 서울 중구 회현동1가 우리은행 본점 10층 외환 딜링룸.
서울 외환시장 개장 3분 만에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을 넘자 외환 딜러들 사이에서는 한순간 침묵이 흘렀다. 환율은 순식간에 1010원까지 뛰었다. 한 딜러는 “무서워서 더 못 있겠다”며 윗옷을 벗어둔 채 자리를 떴다.
5년차 딜러인 권우현 외환시장운용부 과장은 개장 전 원-달러 환율 종가가 992∼1005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오전 10시 40분경 환율은 이미 1020원을 넘어섰다.
‘다다닥’ 하는 PC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딜링룸 여기저기서는 “너무 빨라 거래 못 하겠다” “이러다 제 명대로 못 살겠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 35분 1030원을 넘어섰다. 한 딜러는 “6년간 딜러를 했지만 하루 30원이 움직인 것은 처음”이라며 “오늘은 다 팔았다”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하루 거래가 다 끝났다는 것.
오후 2시 반경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구두 개입을 한 뒤 원-달러 환율은 1023원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실제 개입은 없었다”는 소문이 은행권에 퍼지자 환율은 막바지에 다시 급등해 전날보다 31.9원 오른 1029.2원으로 마감했다.
권 과장은 “오전에 더는 오르지 않을 줄 알고 베팅했다가 2억2000만 원을 잃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손실을 보전하고 조금 남겼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낙담한 펀드매니저… “덜 깨지기 게임 피가 말라요”
“○○은 9%나 빠졌네! 매입 때 주가랑 거의 비슷하잖아!” “△△주가는 이제 바닥으로 봐야 하나. 반등할지 몰라도 더 빠질 수도 있는데…. 이거 판단이 안 서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에서는 코스피지수가 오전 11시가 넘어 1,537.73까지 내려가자 곳곳에서 한숨 소리와 함께 탄식이 터져 나왔다.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주식’ 펀드를 운용하는 남동준 주식운용2팀장은 “코스피지수가 3% 정도 빠질 것은 예상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1020원을 넘어서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수출 비중이 큰 종목들의 주가를 살폈다.
애널리스트와 같이 하는 첫 회의는 매일 오전 7시 반에 열린다. 8시에 시작되는 펀드매니저 회의는 평소보다 20분 이상 긴 50분간 진행됐다. 양정원 주식운용본부장은 “각자 포트폴리오가 지닌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며 “결단력 있게 버릴 종목을 버리고, 가져갈 것만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남 팀장은 이날 추가 매입은 하지 않았다. 평소 눈여겨봐둔 기업들이 1∼2%만 하락했기 때문이다. 민수아 주식운용2팀 선임이 “하락폭이 큰 ◇◇는 경기가 얼어붙기 시작한 해외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있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니 A종목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남 팀장은 “◇◇는 더 들어가는 게 아닌데…. 일단 기업 방문을 한 뒤 결정하자”고 말했다.
오후 들어 코스피지수 하락폭은 조금씩 줄어 직전 거래일보다 25.82포인트(1.61%) 하락한 1,574.44에 마감했다. 곳곳에서 “아쉽다” “삼성중소형포커스펀드는 플러스다!” 등 환호성도 터져 나왔다.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주식’은 이날 코스피지수보다 조금 더 하락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