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 문제가 뭔가요]수원 인계동 팥칼국수 전문점

  • 입력 2008년 3월 6일 03시 00분


젊은층 인기없는 음식 고집하지 말고 대중적인 메뉴 추가를

《“어머니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대부분 단골이면서 맛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하루 매출이 10만 원도 안 돼 어머니가 크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컨설팅을 의뢰한 윤모(24) 씨는 연세대를 다니는 대학생이었다. 최근 군에서 제대한 후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낮에는 서점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과외를 하고 있다. 윤 씨는 “1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며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도대체 어디가 문제인지 꼭 짚어 달라”고 부탁했다.》

5일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팥칼국수 전문점을 찾았다.

횡단보도 바로 맞은편에 위치했지만 대로변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작은 도로가였다. 다세대주택이 밀집돼 있고 주변에 중소형 외식업체가 많아 썩 좋은 상권(商圈)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식당 문을 여니 윤 씨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반갑게 인사했다. 인건비가 비싸다 보니 어머니 혼자 식당일을 하고 바쁜 시간대에는 택시 운전을 하는 아버지가 들러 도와준다고 했다.

○ 한 달 수입 많아야 150만 원

식당 내부는 약 20평. 한가운데 연탄난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전통 창문과 복조리를 벽면 장식으로 사용해 전체적으로 ‘덜 꾸며진’ 멋이 나는 소박한 가게였다.

윤 씨의 어머니는 2005년 봄 이곳에 가게를 얻었다. 처음에는 해물찜을 팔았으나 주변에 비슷한 식당이 많아 장사가 안됐다. 지난해 4월 주 메뉴를 팥칼국수로 바꿨다. 윤 씨 어머니는 “현재 한 달 수입이 120만∼150만 원 정도인데 그나마 단골이 생겨 나은 편”이라고 했다.

○ 저녁에 손님 없어 더 문제

메뉴는 팥칼국수를 포함해 총 5가지였다. 윤 씨 어머니는 “손님의 70%는 팥칼국수를, 나머지는 김치찌개를 주로 주문한다”고 말했다. 가격대는 4000∼6000원으로 한 끼 식사로는 별 부담이 없었다.

팥칼국수는 담백하면서 따뜻해 먹기 좋았다. 정갈하게 담긴 김치와 깻잎 등 반찬도 팥칼국수와 잘 어울렸다.

하지만 취재가 진행된 낮 12시부터 오후 2시 반까지 손님은 겨우 7명. 총 40명이 앉을 수 있게 배치된 테이블 10개가 무색했다. 하지만 윤 씨 어머니는 “그나마 점심시간대는 나은 편”이라며 “저녁에는 손님이 별로 없다”고 했다.

문제점
점포 경쟁력-인근에 경쟁 음식점 많음
-유효 고객군의 발길을 끄는 요소 미비
메뉴-팥칼국수에 대한 애착 강함
-저녁 매출이 거의 전무한 상태
매장 운영-‘팥칼국수 전문점’이란 간판으로 특정 메뉴를 즐기는 고객만 유입
-매장 내 안내물 부족으로 메뉴 홍보 효과 부족
-정리 안된 주방으로 식욕 감소
개선 포인트
점포 경쟁력-경쟁력 있는 메뉴로 재구성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위해 서비스 수준 향상
메뉴-2, 3가지 추가 메뉴 필요
-퇴근하는 직장인용으로 닭갈비, 막국수 등 메뉴 보강
매장 운영-일반 음식점으로 간판 교체
-매장 내 음식 안내문을 부착해
시각적 홍보 효과 고취
-주방 시설을 청결하게 유지,
주방을 시각적으로 차단

○ 준주거지선 전문점 성공 어려워

가장 큰 문제는 업종이 상권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소장은 “이 지역은 준주거지로 주거층과 일부 유동층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데 소득수준이 낮아 전문점과는 맞지 않는다”며 “전문점은 역세권 등 입지가 좋은 지역에서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점이 아니라 다양한 메뉴를 파는 일반음식점 형태로 가야 한다는 게 이 소장의 진단이었다.

주요 메뉴인 팥칼국수는 고객 충성도가 낮은 음식이라는 것도 문제였다. 이 소장은 “팥칼국수는 젊은층이 즐기지 않는 메뉴고, 좋아하더라도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주 메뉴를 바꾸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주간과 야간 매출이 7 대 3의 비율로 저녁식사 때 매출이 거의 없는 것은 팥칼국수가 저녁 식사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

이 소장은 닭갈비, 전통칼국수 등 메뉴를 추가할 것을 권했다. 그는 “저녁 식사용 메뉴만 추가해도 매출이 40% 정도 오를 것”이라며 “닭갈비는 대중적인 음식이고, 또 식당이 닭갈비집 분위기에 잘 어울리기 때문에 큰 추가비용 없이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깔끔한 주방 정리는 기본

깔끔한 식당 내부에 비해 정리가 잘 안된 주방도 문제였다. 이 소장은 “주방이 오픈된 형태는 손님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지 않는다”며 “주방을 가릴 수 있도록 커튼이나 막을 설치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적했다.

메뉴를 설명한 안내문을 붙여 놓는 것도 손님을 오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이 소장은 “팥칼국수가 우리 몸 어디에 좋은지 등의 설명을 사진과 함께 붙여 놓으면 손님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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