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차례상 중국산 없인 못 차린다

  • 입력 2008년 2월 5일 03시 00분


할인점-재래시장 현장 점검 어류는 국산 없고 나물값 4배 차이



올해 설 차례상에는 중국산 농수산물이 주인 행세를 할 것으로 보인다.

농약이 들어간 중국산 만두 파동으로 일본에서는 중국산 식품의 안전 여부에 대한 논란이 뜨겁지만 국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 때문에 우리 차례상에선 중국산을 빼놓을 수 없는 형편이다.

설을 앞두고 동아일보는 서울 중구 순화동 롯데마트 서울역점과 서초구 잠원동 킴스클럽 강남점,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등 3곳에서 ‘차이나 프리(China Free)’, 즉 국산 음식 재료로만 차례상을 준비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알아봤다.

○ 중국산이 점령한 숙주와 한과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한결같이 중국산 음식 재료에 대해 불안해했다. 하지만 싼값 때문에, 또 국산을 찾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중국산을 사게 된다고 털어놨다.

한과나 약과의 경우 100% 국산은 없었다. 약과는 국산 찹쌀 비중이 20%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중국산 찹쌀이나 미국·호주산 밀가루가 재료로 쓰였다. 차례상에 올리는 생선인 부세도 중국산 일색이었다.

숙주의 경우 재래시장인 경동시장에서는 모두 중국산만 팔고 있었다. 반면 대형 마트 두 곳에서는 대기업 로고를 단 국산 봉지 제품(400g)이 팔리고 있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나물을 파는 주부사원 진성순(46) 씨는 “평소에는 국산을 찾는 사람이 없어서 주로 중국산을 판다”면서 “설이라 대기업에서 나온 숙주 포장제품을 진열했다”고 말했다.

차례상에 빠짐없이 올라오는 황태포의 경우 세 곳 모두에서 국산을 찾아볼 수 없었다. 황태포는 러시아산만 팔고 있었다.

하지만 사과나 배 같은 제철 과일은 수입이 금지돼 중국산이 없었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등 육류도 중국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 중국산 나물류 최고 4배 저렴

국산과 중국산이 함께 있어도 가격 차가 워낙 커 중국산을 찾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

10개들이 곶감 한 팩의 가격은 국산은 5800원인 데 비해 중국산은 3000원이 채 못 됐다.

부침용으로 쓰이는 깐 녹두(500g)는 국산이 6400원, 중국산은 2200원이었다. 고사리와 도라지는 국산이 중국산보다 4배나 더 비쌌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진병일(24·서강대 경제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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