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투자 이야기]세계 1위 운용사의 펀드는 고작 30개

  • 입력 2008년 1월 16일 02시 58분


코멘트
세계에서 가장 큰 펀드는 무엇일까.

펀드 투자자라면 한 번쯤 궁금하게 여길 수 있는 질문이다.

미국은 펀드시장 규모가 12조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이기에 가장 큰 펀드가 미국 펀드일 것이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세계적인 펀드평가회사인 리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큰 펀드는 캐피탈그룹의 운용 자회사인 아메리칸 펀드가 1973년에 판매를 시작한 ‘미국성장주식펀드’이다.

이 펀드의 규모는 86조 원으로, 한국의 주식형 펀드 전체 수탁액과 맞먹는다.

더 놀라운 사실은 미국 내 대형 펀드 상위 10개 중 6개가 바로 아메리칸 펀드의 상품이라는 점이다. 대형 펀드 10개 중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뱅가드의 펀드가 각각 1개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메리칸 펀드가 얼마나 대단한 회사인지 알 수 있다.

아메리칸 펀드는 당연히 총수탁액 기준으로도 세계 1위의 회사다. 그러면 무엇이 오늘날의 이 회사를 만들었을까.

너무 뻔한 답일지 모르지만 이 회사가 ‘장기투자가 우수한 성과를 거둔다’는 신념을 꾸준히 실천했고, 고객들은 이런 신념을 믿어줬기 때문이다.

대공황 직후인 1931년에 설립된 이 회사가 80년 가까이 영업하면서 지금까지 내놓은 펀드는 놀랍게도 30개뿐. 업력(業歷)이 10년이 채 안 되는 한국의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펀드가 몇 백 개를 훌쩍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대단한 자제력을 지녔음에 틀림없다.

이 회사는 직원들의 이직률이 낮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를 통해 장기간 일관된 운용을 하고 있다. 회사와 고객, 직원 모두가 오랜 기간 ‘운용 철학’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 것이다.

한국의 펀드시장은 양적인 면은 물론이고 질적인 면에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장기적 믿음에 바탕을 둔 투자보다는 단기적 흐름과 유행에 따라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심하다는 평가가 많다.

선진시장에서는 자산운용사와 고객이 ‘장기적인 신뢰’를 쌓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기본 요건이 된 지 오래다.

이제 한국 고객들도 장기적으로 누구를 믿고 내 재산을 맡겨야 할지 고민할 때가 됐다.

백 경 호 우리CS자산운용 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