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펀드고객 사수 작전’

  • 입력 2008년 1월 1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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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펀드 수익률이 급변하면서 은행들이 펀드의 사후관리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펀드 열풍’으로 은행권의 펀드판매 잔액이 급증하면서 판매 수수료를 듬뿍 챙겼다. 하지만 새해 들어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원금도 못 챙기는 펀드가 속출하자 고객들의 반발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

○ “펀드 수익률 떨어졌다” 고객 발길 돌려

한 시중은행의 임원은 “‘1가구 1펀드’ 시대가 열렸지만 아직도 펀드가 투자 성과에 따라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항의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상당수의 고객들은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뿐만 아니라 ‘은행 이름’을 믿고 펀드에 가입해 수익률이 급락하면 은행에 찾아와 항의하는 일이 많다는 것.

항의에 그친다면 다행이지만 불만이 높아지면 고객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은행들의 걱정이다. 펀드로 생긴 불만 때문에 예금 고객 등이 이탈한다면 가뜩이나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들로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A시중은행 동부이촌동 지점에서 일하는 이모(34) 씨는 “예금을 많이 맡겼던 ‘알짜 고객’ 중에서 최근 펀드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자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고 조용히 돈을 빼 다른 금융회사로 옮기는 사람이 많다”며 걱정했다.

○ 은행들 ‘펀드 판매 후 관리 서비스’ 속속 도입

이처럼 펀드상품 때문에 오랜 은행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는 일이 발생하자 주요 은행들은 서둘러 ‘펀드 판매 후 관리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펀드 상담 및 사후관리 시스템 ‘i4u’를 통해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에게 문자메시지서비스(SMS)로 매달 한 번씩 수익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가입 당시 목표수익률을 달성했을 때에도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또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정도에 따라 각 펀드의 수익률 하락 상황을 옐로, 오렌지, 레드 등으로 분류해 가입자에게 곧바로 이 사실을 알리는 ‘조기 경보 시스템’도 도입했다.

신한은행은 은행 예치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중심으로 사후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최소 한 달에 한 번 자산운용보고서를 보내고 있으며 이 고객들이 가입한 펀드가 가입 당시에 정한 목표 수익률에 도달했거나, 특정 수익률 아래로 떨어졌을 때, 자산배분 비중이 달라졌을 때에 담당 직원이 직접 고객에게 연락하도록 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현재의 펀드 판매 후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 3월부터 각 지점에 적용할 계획이다.

새 시스템이 도입되면 이 은행을 통해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은 △자동 알림 기능 △정기 보고서 발송 등의 서비스를 받게 된다. 이에 따른 사용료는 따로 받지 않을 방침이다.

○ 판매 후 서비스 따라 수수료 다르게 낸다

재정경제부가 최근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시행령을 개정함에 따라 이르면 올해 안에 은행에서 펀드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제공받고 싶은 서비스를 선택하고, 서비스 정도에 따라 다른 수수료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희망재무설계의 송승용 재무컨설턴트는 “바뀐 제도가 시행되면 앞으로 은행들도 판매 수수료만 받고 펀드를 팔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사후관리의 수준에 따라 고객들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별 수익률 하위 해외펀드
판매사펀드수익률
국민은행피델리티 글로벌부동산펀드-20.48
메릴린치 일본밸류 펀드-19.54
피델리티 재팬펀드-19.28
얼라이언스 번스타인 글로벌가치형 펀드-12.60
템플턴 차이나 펀드-11.35
신한은행골드만삭스 글로벌 리츠 재간접투자신탁 CLASS-A-24.18
골드만삭스 글로벌 리츠 재간접투자신탁 CLASS-I-24.13
탑스 글로벌 리츠 재간접투자신탁 제1호 Class A-22.25
피델리티 글로벌 부동산증권 펀드-20.00
피델리티 일본 펀드-19.02
우리은행프랭클린템플턴재팬A-23.12
우리일본SmallCap주식형C1-22.70
피델리티 유럽종류형 주식형(자)-18.21
프랭클린템플턴재팬PLUS A-17.35
우리CS일본인덱스재간접펀드(e)-16.78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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