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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4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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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상고 출신은 잇단 퇴진… “금융권 속성상 불가피”
지난 5년간 금융계에서 ‘부산상고’는 ‘하버드상고’라고 불렸다. 부산상고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금융계 요직에 이 학교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것.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졸업한 경북 포항시 동지상고 동문들이 금융계 요직에 하나 둘 진입하면서 금융계에서도 ‘정권교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동지상고는 지금까지 부산상고 대구상고 덕수상고 등에 비해 고위직 진출이 뜸했다.
○ 동지상고 ‘뜨고’
9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금융계 인사 간담회에 지방은행장 중에서 유일하게 이화언(64) 대구은행장이 참석한 것을 두고 뒷말이 오갔다. 지방은행협의회 간사은행은 부산은행이기 때문. 이장호(61) 부산은행장은 부산상고 출신이고 이 대구은행장은 이 당선인과 고려대 동문이다.
대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20일, 신한은행의 부행장 인사 결과가 발표됐다. 임기가 끝난 부행장 6명 가운데 중임된 임원은 이휴원(55) 신한은행 부행장이 유일했다. 경북 포항시 출신인 이 부행장은 이 당선인의 동지상고 12년 후배다.
일주일 뒤인 27일 농협중앙회 신임 회장 선거가 치러졌다.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최원병(62) 전 안강농협조합장이 새 회장으로 뽑혔다. 최 신임 회장 역시 동지상고를 졸업했다. 이 밖에 장지활(56) SC제일은행 상무와 하인국(55) 푸른2상호저축은행 전 대표가 동지상고 출신이다.
○ 부산상고 ‘지고’
대선 직전인 12월 16일 우리은행 임원 인사에서 선환규(58) 부행장이 퇴직했다. 금융권의 대표적 부산상고 출신인 그는 지난해 4월 박해춘 우리은행장이 취임한 후 단행한 첫 임원인사에서 승진했지만 8개월 만에 낙마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처남이며 부산상고 출신인 권기문(54)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장은 유임됐지만 올 연말 임원인사에서도 자리를 유지할지 주목된다.
12월 31일 국민은행 인사에서는 부산상고 출신인 김정민(57) 국민은행 부행장이 자회사인 KB부동산신탁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3년 넘게 부행장 직에 있었기 때문에 옮길 때가 되기도 했지만 ‘영전’이라 하기엔 뒷맛이 남는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김지완(62) 현대증권 사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임기를 1년 5개월 남기고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사표를 낸 것도 ‘부산상고 인맥 교체’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각 금융회사들은 “인사는 실적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 뿐 학맥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물갈이가 잦았던 금융권의 속성상 세력 이동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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