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금리 잔뜩 올린 탓에…서민만 ‘이자 폭탄’ 죽을맛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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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모 대학 3학년 배정현(27) 씨는 시중금리가 오른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다음 학기 등록금을 내야 하는데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학자금 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말 연 5.00%에서 이달 2일 현재 연 5.84%로 뛰었다. 가산금리를 감안하면 내년 1학기 학자금대출 금리는 연 7%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주택담보대출, 학자금대출, 신용대출 등이 모두 채권 금리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대출 재원이 부족해진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 발행으로 채권 금리를 한껏 올려놓고 서민들로부터 비싼 대출 금리를 받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 대출금리 잇달아 인상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91일물 CD 금리는 13일(거래일 기준) 연속 상승하며 2일 현재 연 5.60%로 6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8%대에 진입했다. 기업은행은 이번 주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6.53∼8.03%로 고시했고, 국민은행도 연 6.24∼7.84%로 0.09%포인트 인상했다.

학자금대출 금리는 매년 6월 말과 12월 말의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는데 올해 1학기는 연 6.59%, 2학기는 연 6.66%였다. 지금 추세라면 내년 1학기 금리는 연 7%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위탁으로 학자금대출 업무를 주관하는 주택금융공사 측은 “학생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만큼 금리 수준을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용대출을 받은 직장인들도 이자 부담으로 고민하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는 대출 후 첫 3개월간은 CD 금리, 그 이후는 금융채(AAA등급 기준) 금리에 연동되는 게 대부분이다. 1년 만기 금융채 금리는 지난해 말 연 5.01%에서 연 5.93%로 올랐다.

○ 은행 자금 부족 탓에 고객들만 피해

금리 상승의 발단은 은행들의 ‘돈 가뭄’에서 비롯됐다.

올해 주식시장 호황으로 예금이 증시로 대거 이탈하는 바람에 은행들은 자금난에 빠졌다.

국민은행의 경우 2일 현재 총수신 잔액이 148조7434억 원인 데 비해 총대출금 잔액은 4조2226억 원 많은 152조9660억 원이다. 대출은 그대로인데 수신이 계속 줄어 여수신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대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CD와 은행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CD 순발행 규모는 9월 1조 원에서 10월 3조2030억 원으로, 은행채는 9월 5조6055억 원에서 10월 7조6300억 원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은행들의 CD와 은행채 발행이 장단기 채권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금리 상승 부담이 고스란히 서민층에 전가된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 한재준 연구위원은 “현재의 금융시장 여건에서 CD 금리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긴 하지만 새로운 대출금리 기준 지표를 만들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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