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삼성증권 본사 압수수색]돈 굴린 흔적 남을만한곳 겨냥

  • 입력 2007년 12월 1일 03시 02분


무엇이 들어있을까? 삼성 비자금 및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가 30일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종로타워 내 삼성증권 본사와 전산센터 2곳 등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 직원들이 압수한 물품을 담은 상자를 옮기고 있다. 김재명  기자
무엇이 들어있을까? 삼성 비자금 및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가 30일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종로타워 내 삼성증권 본사와 전산센터 2곳 등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 직원들이 압수한 물품을 담은 상자를 옮기고 있다. 김재명 기자
‘족집게 압수수색.’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특본)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삼성증권 사옥을 전격 압수수색하자 나온 말이다. 검찰이 압수수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콕 찍어서 실시한 압수수색’이라는 뜻으로 나온 것이다.

▽내부 제보가 결정적=이처럼 정교한 압수수색은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다”는 삼성증권 내부 인사의 최근 제보가 실마리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의 신빙성이 높아 특본이 이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4차례나 기자회견을 했지만 삼성증권은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이날 삼성증권 압수수색에 대해 삼성 관계자들조차 ‘허를 찔렸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만일 이 제보를 무시한 채 특검이 출범하고 특검이 같은 제보에 의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특본은 내부 제보를 토대로 삼성증권에 비자금 의혹을 규명할 자료가 아직 폐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정황까지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덕분에 법조계 주변에선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제 도입 결정으로 검찰이 마무리 수사 시간에 쫓기고는 있지만 일단 삼성과의 초반 ‘수 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왜 삼성증권인가?=이날 특본의 삼성증권 압수수색은 ‘비자금 조성 자료는 폐기됐어도 돈을 굴린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와 사제단은 10월 29일 첫 기자회견 때부터 삼성이 임원들 명의의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관리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럴 경우 비자금의 ‘종자돈’을 삼성전자 등의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해 불려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변호사가 자기 명의의 50억 원 차명계좌를 공개했을 때에도 삼성은 당초 7억 원의 종자돈을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해 불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비자금 관리 경로가 이럴 경우 설사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자료가 폐기됐다 하더라도 이 과정을 입증해 줄 증권계좌 입출금 전표 등의 전산자료까지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특본은 판단한 것이다. 삼성증권을 1차 압수수색 대상으로 꼽은 이유다.

그러나 특본은 삼성증권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도 증거인멸 가능성에 주목했다. 30일 오후 삼성증권 전산센터와 경기 과천시의 삼성SDS e데이터센터까지 추가 압수수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수남 특본 차장은 추가 압수수색 배경에 대해 “삼성증권에서 지웠을 수 있는 것을 보기 위해 갔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미뤄진 것은 이곳의 압수수색이 일찌감치 예상된 만큼 삼성 측의 사전 대응이 이뤄져 정작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작이다”=통상 검찰 수사의 성패는 수사 초기 압수수색을 통해 얼마나 많은 증거와 자료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지난해 3월 대검 중수부가 현대자동차 비리 의혹을 수사할 때 유례없는 일요일 압수수색으로 충분한 자료를 확보한 것이 한 달 만에 정몽구 회장을 구속한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선 이날 삼성증권 본관 압수수색은 ‘시작일 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돈 굴린 흔적’을 포착하더라도 이를 기반으로 광범위한 계좌 추적 등을 통해 비자금 조성 책임자와 횡령 여부 등을 밝혀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검 도입으로 특본 수사의 영향력 등에 대한 논란 일고 있는 상황이지만 특본의 수사는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압수수색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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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김재명 기자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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