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 인수 관련 SKT 두 CEO 서로 다른 말… 협상용 양동작전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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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에 시간 끌 것 없다” “어려우면 포기할 수도”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기 위한 실사(實査)에 돌입한 가운데, 이 회사의 두 최고경영자(CEO)가 향후 인수 절차에 대한 각기 다른 시각을 드러내 주목된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20일 서울 중구 을지로2가 SK-T타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인수 절차를) 오래 끌 이유가 없다”며 강한 인수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이르면 이달 말 실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하나로텔레콤 인수는) 통신기업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해 실사에 큰 문제가 없는 한 인수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반면 이 회사의 조정남 부회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대선 후보 정보기술(IT) 정책포럼에 참석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신세기통신을 인수할 때 인가 조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며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붙는 조건이 많고 어려우면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00년 당시 이동통신 3위 기업이던 신세기통신을 인수한 SK텔레콤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점유율을 50% 이하로 낮출 것’ 등 13개의 합병 인가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조 부회장은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어떤 인가 조건이 붙을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하나로텔레콤이 유선통신 분야라 점유율 제한 등 심한 규제는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를 전해 들은 통신기업들은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는 양동작전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는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해 유선통신 시장 진입을 강하게 추진하는 한편 인수합병(M&A)을 인가할 정보통신부에는 가혹한 인가 조건을 부과하지 않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의 각자대표이사인 김 사장과 조 부회장은 각각 경영현안, 대외관계로 역할을 나눠 맡고 있다.

한편 SK텔레콤은 하나로텔레콤 실사 결과에 중대한 하자가 없을 경우 내년 2월 말경 정통부 승인과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인수할 예정이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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