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 10년’ 재경부 자화자찬만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3시 00분


《재정경제부는 “11월 21일은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10년이 되는 시점”이라며 “그동안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강화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는 내용의 자료를 20일 내놓았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국가신용등급, 급증하는 단기외채 리스크, 경제성장 동력 약화 등 한국 경제의 각종 문제점을 외면한 채 지나치게 ‘자화자찬’ 일색의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환보유액-경상흑자만 강조… 저성장 위험경고는 외면

재경부는 20일 ‘외환위기 이후 10년, 국제금융 분야 이렇게 달라졌다’는 제목의 자료에서 “국가신용등급이 상승하고 국제수지, 외환보유액, 환율 등 대외경제 지표가 개선되는 등 큰 성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재경부의 설명대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7년 12월 말 204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올해 10월 말 현재 2601억 달러로 늘었다. 1997년 당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24위에 그쳤으나 현재는 5위로 19계단 올라섰다.

총외채는 1997년 9월 1774억 달러에서 올해 6월 말 3111억 달러로 늘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으로 우려할 만한 규모가 아니라고 재경부는 주장했다.

이어 외환위기 전 만성적 적자 구조를 보였던 경상수지도 흑자 구조로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외환위기의 직접적 충격에서 비교적 빨리 벗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외환위기 10년’을 맞은 한국경제는 여러 가지 ‘그늘’을 안고 있다고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는 분석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투자부적격 등급까지 급락한 국가신용등급은 투자적격 등급을 회복했지만 아직도 외환위기 이전 등급에 비해 국제신용평가사별로 1, 2단계 처지는 수준이다.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던 단기외채도 급증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가동하고 있는 외환위기조기경보시스템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15개월 연속 단기외채에 대한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특히 국제금융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투자 위축, 정부 규제, 기업가 정신 위축 등으로 한국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에는 국제 유가 급등,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현상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 등 복합 악재에 노출돼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와 중국의 긴축 조치로 한국경제를 떠받쳐 온 수출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단기외채가 급증하고 있고 내년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등 대외적 환경이 10년 전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현재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리스크들이 우리가 쉽게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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